갈등을 대하는 아주 새로운 방식에 대하여
나이가 오십을 향해 가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마치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파도처럼 예고 없이 밀려온다.
예전에는 그런 파도를 마주할 때마다
두 가지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곤 했다.
하나는 파도가 집어삼키도록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몸으로 부딪혀 파도를 깨부수는 것이었다.
관계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상대방의 모든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폭발적인 감정으로 상대를 밀어내 버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 가지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관계 자체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거나,
결국 나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습관이었을 뿐이다.
어떤 날은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고,
어떤 날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어떤 극단적인 태도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갈등을 피하려 무리하게 희생하다가
결국 불만을 터뜨리고,
상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당황하는 상황.
이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악순환이었다.
문제는 상대방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대하는 나 자신의 오래된 태도에 있었다.
오랜 시간 법률가로 살며 수많은 분쟁을 지켜봐왔지만,
정작 내 삶의 갈등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타인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조율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내 감정의 파도는 제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의 한 경험은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관계의 균열을 마주하고도
예전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견디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다.
불편했지만, 그 시간을 버티자
관계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관계의 갈등을 해결하는
나만의 세 가지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받아들임'이다
.
갈등은 우리 삶에 언제나 존재하며,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완벽하지 않으며,
단점과 결함을 가진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
모든 관계는 시작된다.
두 번째는 '나의 기준 세움'이다.
무작정 상대에게 맞추거나
억지로 상대를 바꾸려 들지 않고,
나 자신이 양보할 수 있는 선과
양보할 수 없는 선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이 기준은 법처럼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
그저 내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은 '조정의 시간을 버티기'다.
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단계다.
갈등이 생겼을 때,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기보다
서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기다리는 동안, 불편한 감정은 나를 유혹한다.
과거의 익숙한 습관으로 돌아가라고 혹은
관계를 끝내버리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 유혹을 물리치고 견뎌내야만
관계는 한 단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상대방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돌아보며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신뢰를 쌓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많은 관계가 잘못된 것은,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희생하고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을
미덕이라 여겨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온전해야 타인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자신을 희생하며 관계를 지키려는 것은,
결국 부채를 쌓아두었다가 한순간에 파산하는 것과 같다.
우선은 나 자신의 삶을 굳건히 영위하는 것이 먼저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그렇게 쌓아 올린 견고한 자아 위에서
비로소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내가 먼저 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오직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도움을 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 있을 때,
관계는 훨씬 더 단단해진다.
돌이켜보니, 과거의 많은 관계들은
이런 진리를 알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쉰이라는 나이가 되고서야,
비로소 나는 제대로 된 파도타기 기술을 배운 것 같다.
물론 여전히 파도는 들이닥칠 것이고,
나는 또 흔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더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을 믿으며 시간을 버텨내면,
결국 그 어떤 파도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