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 달콤한 미끼의 진화

변호사가 보는 '돈 빌리는 사람들'의 최신 트렌드

채권추심상담을 10년 넘게 하다보면

일종의 '트렌드'를 읽게 된다.

트렌드라는 표현이

이런 씁쓸한 상황에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대에 따라

채무자들의 행동 패턴이 변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엔 '비교적' 단순했다. 아니. 단순한 경우가 많았다.

고리의 이자를 미끼로 돈을 빌린 뒤,

처음에는 꼬박꼬박 이자를 갚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대개 '지급한 이자 총액이 원금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태도가 돌변한다.

"지금까지 준 것만 해도 원금 이상 아니냐"며

변제를 중단한다. 예측 가능한 패턴이었다.




최근 상담 사례들은 한층 복잡해졌다.

초반은 똑같다.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실제로도 성실히 갚는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


채권자가 불안해서 원금 상환을 요구하면?

놀랍게도 순순히 갚는다.

원금 전액, 때로는 이자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채권자는 안도한다. '이 사람은 신용이 있구나.'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온다.

"급한 일이 생겼는데, 며칠만 다시 빌려줄 수 없을까요?

지난번에도 깨끗이 갚았잖아요."

한 번 완벽하게 변제받은 경험이 있는 채권자는 경계를 푼다.

받은 돈을 그대로, 아니 더 보태서 빌려준다.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아서 말이다.


이후는 예상대로다.

변제가 지연되고, '분할 상환'을 제안한다.

처음 몇 번은 약속을 지키다가 결국 연락이 끊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끝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0000에서 큰 돈이 들어온다"는 희망고문을 이어간다.

심지어 '그런데 저거 받으려면 추가로 돈을 좀 넣어야 하는데...'라며

돈을 더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와중에.

어떤 의미로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법정에서, 상담실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보며 깨닫는다.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약속하는 거래,

그 달콤함 뒤에는 반드시 쓴맛이 숨어 있다.


특히 최근 수법들은 '신뢰'를 무기로 삼는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한 번의 완벽한 변제로 만든 신뢰가 더 큰 손실의 덫이 된다.

마치 도박장에서 처음 몇 판을 일부러 이기게 해주는 것처럼.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겠다는 생각,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높은 수익 뒤에는 그만큼의 위험이 도사린다.




변호사로서 늘 안타까운 것은,

이런 함정에 빠지는 사람들 대부분이

평범한 선의의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늘려보려는, 혹은

아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 화를 부른다.


금융의 기본 원칙을 기억하자.

위험과 수익은 정비례한다.

그리고 당신이 그 게임의 룰을 완벽히 모른다면,

당신이 호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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