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루틴의 자리로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세우는 법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며칠을 쉬었을 뿐인데 세상이 조금 낯설었다.
길은 그대로인데, 내가 잠시 멈춘 사이 마음의 시계가 어긋난 듯했다.


차 안에서 나는 나 자신과 오래 대화를 나눴다.
그건 설교도, 변명도 아니었다.
단지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 확인하려는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불안의 원인을 찾아보면, 사실 별일이 없다.

일이 밀린 것도 아니고,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음은 흔들린다.


사람의 불안은 늘 ‘이유 없는 이유’로 찾아온다.
오랫동안 달리던 사람이 잠시 멈추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자신만 뒤처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마 그게 이번의 진짜 이유였을 것이다.




불안의 밑바닥에는 오래된 그림자가 있었다.
가족과의 거리, 관계 속에서 생긴 상처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건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만든 근원이었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이제는 그것을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반쯤은 치유된 셈이다.



이 직업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답을 주는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글감이 매일 주어지는 직업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들고 오는 사연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원석이고, 나는 그것을 정제하는 사람이다.


결국 나는 이 일을 통해
듣고, 쓰고, 배우며 단단해진다.


그래서 생각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오늘 해야 할 일 세 가지를 차분히 해내면 된다.
운동을 빠뜨려도, 글을 못 써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




이 일을 싫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출근 준비를 한다.


“이걸 안 하면 나는 무엇을 할까.”
그 질문 하나가 모든 걸 설명해 준다.


이 일은 내 일부다.
이 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나 자신을 단련한다.


그래서 다시 출근한다.
그것이 나의 명상이고, 나의 루틴이다.


불안이 조금 남아 있더라도 괜찮다.
불안이 있다는 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햇빛이 차창 위로 기울며 도로를 비춘다.
나는 가볍게 속도를 올린다.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오늘도, 내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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