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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사 #3. 치토스

밤 산책 후 먹는 자극적인 맛, 치토스! (feat. 갈배 사이다)

by 빈둥


평일 저녁엔 운동을 하러 체육관에 다닙니다.

1년이 넘었는데, 주변 사람들 모두 “니가 운동을?!”, “1년이나?!!”라는 반응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늘 체육은 꼴등이 당연할 정도로 운동신경 제로에 저질체력으로 유명하거든요.


저도 계속 운동을 하고 있는 제가 놀랍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


전 제가 운동을 정말 싫어하고, 감도 없고, 평생 안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1년 넘게 운동을 해보니 운동엔 재능이 전혀 없긴 합니다(그건 확실하더라구요?).


하지만 운동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어요.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게, 근력 운동 뒤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다음날 근육통으로 계단도 잘 못 내려가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 뒤로는 ‘내 취향은 아닐 거야.’, “자신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시도도 안 해봤던 일들을

‘운동처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지?’라고 생각하며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을 했다는 명목으로 죄책감을 지우고 먹는 야식...


꿀맛 아니겠습니까?


유독 숨 가빴던 운동을 끝내고 나온 금요일 밤.

생각할 것이 있어 집 근처 공원으로 걸어가다

후들거리는 종아리 근육을 진정시켜 보고자 이어폰을 꽂고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골랐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재즈의 J 자도 모르는 저도 가끔 재즈가 듣고 싶어지는 밤엔

누군가가 훌륭하게 선곡해 놓은 재즈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마침 바람이 잔잔해져 제법 봄 날씨 같은 밤에 편안한 재즈를 들으며

지푸라기 냄새 같은 것이 진하게 번진 공원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띄엄띄엄 놓인 주광색의 낮은 가로등 불빛 사이를 오가고 있자니

마음이 가라앉는 듯, 가볍게 부유하는 듯, 묘한 행복감에 즐거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런 날엔 무조건 푸딩이다!'


'아니, 롤케이크? 음료는 밀크티가 좋겠지?'


가볍고 폭신폭신한 디저트를 떠올리며 도착한 편의점에서 의외의 복병을 마주합니다.

가는 길에 목이 좀 말라버렸거든요. 갈배 사이다가 눈에 딱 들어오지 뭡니까?


'아니야.. 그래도 오늘 감성에 사이다는 좀...

그렇지만 시원하겠지?

잠깐, 갈배 사이다를 사면 디저트는 뭘 먹어?'


다들 갈배 사이다에 어울리는 간식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제 답은 치토스였습니다.


재즈를 들었으니까 치토스는 미국사적 관점에서 아주 타당한 선택이라고 합리화하며

1+1인 갈배사이다와 바베큐맛 치토스를 안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데 음식은 왜 돌고 돌아 결국 소금과 설탕인지.

짭짤한 치토스와 당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갈배 사이다를 콜라보하며

오늘의 산책을 마무리합니다.


내일은 건강식을 먹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래서, 내일은 뭐 먹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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