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담글방 Sep 03. 2023

완벽하면 이미 늦다

0313

그 문구를 본 건 어떤 책에서였다. 어떤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읽는 순간, 번쩍, 깨달음 같은 것이  관통했다.     


글은 완벽하지 않다.


내가 만약 동양풍 로맨스 소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충분히 읽고, 분석하고 준비해서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출간을 미뤘다면 나는 지금도 그 글을 붙잡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를 위해 쓰고있는 동화의 표지가이드. 3분만에 슉슉 그렸지만 마음에 든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숙련의 과정을 거치고 많은 준비를 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완벽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노력을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완벽에의 의지는 시작을 가로막기도 한다.


조금 부족한 것 같아도,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것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시작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실패하더라도 아예 시도해보지 않은 것과 실패한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장르소설 첫 을 출간한 지 만 5년이 넘어 7년 차 장르소설 작가로 글을 쓰지만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결과물은 없었다.      


하지만 단편 소설을 포함해 10종 넘는 글을 출간했으니 그 과정이 실패한 건 아니었다. 방송 아닌 일로 수익을 냈다는 의미도 컸고, 출판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됐으며 편집자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성공하지 않았다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하는 위안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실패를 쌓아갔고 그것이 나에게는 자부심이 되었다.



물론 왜 이렇게밖에 못 쓰지? 왜 쓸수록 성적이 안 좋아지는 거지? 독자들이 내 글을 안 보는 이유는 뭘까,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운이 쭉 빠진 도 많고 이렇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날들도 무척 많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나는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이고, 성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쓸 것이라는 사실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글은 한 번도 완벽한 적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쓸 수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넘치게 많다는 게 감사한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를 위한 브런치 활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