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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May 03. 2023

신기한 인연, 두 번째 계약 후기

사람 인연은 정말 신기합니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닿을 때가 있습니다.

제게는 두 번째 계약 작가님과의 만남이 그랬습니다.      

이미 달이 지난 미팅 후기를 뒤늦게 올려봅니다.



                     

2월 말, 제가 쓰고 있는 엄마의 작업실 에세이에 ‘다른 엄마들의 작업실’이라는 챕터를 담아볼까 해서 방송작가 선배를 만났습니다. K선배는 두 아이의 엄마로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해 주는 작업실을 3년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난 20년 지기 선배라 대부분은 수다로 채운 만남이었지만 알차게 인터뷰를 끝내고 다시 사담으로 돌아갔을 때였습니다.      


선배가 “혹시 외주로 마케팅이나 홍보 인력이 필요하면 이분한테 연락해 봐.”라며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습니다.


과거에 마케팅 쪽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남편의 퇴직으로 갑자기 구직 활동에 뛰어들게 된 세 아이 엄마의 일상 블로그였습니다.      


평소 그 블로그의 구독자였던 K선배는 그분의 열정과 능력을 알아보고 프로그램에서 함께 일할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화상 미팅도 진행했다며 저에게 소개해 준 것입니다.      


선배와 헤어지고 와서 그분의 블로그 글을 쭉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글을 읽어보기도 전에 몇 년 동안 수백 개가 넘는 포스팅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블로그 글들은 간결하고 솔직한 일상 이야기를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저 글을 좋아하고 소통을 원해서 아무 수익 없이도 꾸준히 혼자 써 내려간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 블로그를 보며 그분에게 단순히 홍보 외주를 맡기는 것보다 직접 전자책 제안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고 K선배의 이름을 팔아(?)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사실 그분은 K 선배와도 화상 미팅이 전부였는데 그 선배의 후배라는 사람이 만나자고 하니 많이 당황하셨을 듯합니다.     



그렇게 그분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그분은 이 만남의 끝이 정수기를 사서 돌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와 함께 나왔다고 털어놓았습니다.(이전에 일자리 소개받으러 갔는데 실제로 그런 일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큰 결심 끝에 나온 자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작가님이 그동안  이야기 중 구직에 집중해 글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포스팅  중 제 눈길을 끈 것이 작가님의 구직에 대한 노력이었습니다.     


이력서를 600곳 넘게 보내봤지만 제대로 회신 온 곳도 거의 없고, 막상 면접을 가면 육아 이전에 하던 일과는 많이 비교되는 업무 환경과 조건인데다 그조차 기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도전하시는 걸 보며 뭘 해도 하실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한테 출간 제안을 하신 거예요?”     


작가님은 정말 궁금한 듯 물어봅니다.     

저는 위의 이유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얼마 전 작가님은 단기계약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다시 구직 활동을 야 합니다.      

그 사이 책이 잘 나와서 작가님이 좀 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아주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의 제목은 <면접 보러 가다 만난 여자>입니다.      

구직 과정에서 새롭게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민낯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님이 지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사유가 깊은 분이라 취업을 둘러싼 여러 단상을 담은 엄마의 철학 에세이 같은 느낌도 날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원고를 즐겁게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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