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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Dec 27. 2021

하루 루틴

일상을 바꾸려면 먼저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필요했다. 힘들어서 쉽게 그만두지 않으면서도 아주 작은 성취감이라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걸 위해 정한 작업실에서의 하루 루틴은 1분 기도, 3분 요가, 5분 달리기, 15분 책 읽기, 30분 글쓰기였다.


먼저 이런저런 감사한 일과  작업이 잘 되길 바라며 1분 동안 기도한다. 대개 기도를 하다 보면 시간은 더 길어지곤 했지만 어쨌든 1분은 꼭 채웠다.


요가를 즐기지는 않지만 고질적인 허리 통증과 거북목 등을 조금이라도 완화되길 바라며 간단한 요가 링이나 폼룰러를 이용해 3분 요가를 했다.


걷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 짧은 시간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5달리기를 시작했다. 일이 바쁘거나 날이 좋지 않을 때는 그냥 타이머를 맞춰놓고 요가 매트 위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제자리 달리기를 했다. 생각보다 무척 힘들어서 놀랐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몸이 개운했다.


5분 달리기는 늘 예상보다 길어졌다. 밖에 나가 스톱워치를 켠  달리고 걷다 보면 보통 20분

넘게 산책하게 된다. 작업하다가 밖에 나가는 게 너무 귀찮아 큰 결심이 필요하긴 했지만 30분이나 1시간이 아니라 5분만 뛰자는 결심이 주는 가벼움이 좋았다.


15분 독서는 타이머를 맞춰놓고 시작했다. 책 표지를 사진 찍은 후 타이머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읽다 보면 책에 따라 20~30페이지, 많게는 50페이지까지 읽는 경우가 있었다. 원칙은 매일 하루 한 권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15분만 읽어도 계속 읽고 싶은 책인지 아닌 책인지 알 수 있었고 비록 책을 평가하기에는 짧은 15분이지만 적어도 한 문장의 좋은 글이라도 발견하면 좋았다.



여태 읽은 책의 단 한 권도 15분이 아깝게 느껴진 경우는 없었다. 다만 15분을 읽은 후 되팔 책과 계속 읽을 책을 구분했다. 더 읽고 싶은 책은 15분이 지나도 계속 읽었고 아닌 책은 둬봤자 더 읽을 것 같지 않아서 팔거나 지인에게 주었다. 15분이라는 시간이 짧았기에 평소에 읽고 싶지 않았던 분야의 책도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었다. 15분 타이머가 울린 후에는 내가 읽은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을 찍었다. 완독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니 책이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최소 30분 글쓰기는 거의 매일 이뤄졌다. 몸이 많이 아프거나 여행을 다녀오거나 그런 날을 제외하고는 30분 글쓰기를 가장 잘 지켰다. 백신 2차를 맞은 후 2주 정도 많이 아팠는데 그때 좀 빠진 이후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30분 글쓰기 루틴을 지켜오고 있다.



모두 합쳐봤자 1시간 정도 되는 루틴인데 하루 24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실행해 나가니 부담이 적어 좋았다. 루틴이 반복될수록 자신감도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았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하면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커진다는 면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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