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브런치 글들을 읽어본 적 없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고작 한 달의 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세계에 들어온 거 같습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 감독의 말을 금과옥조로 삼으며 비공개 수준의 블로그만 갖고 있던 저에게 브런치는 마녀의 옷장을 열고 들어가니 설원이 펼쳐지던 나니아 연대기 같은 신비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SNS는 보통 과시형이 많다고 생각해서 거부감이 느껴지던 부분도 있었는데 브런치에는 보여지는 부분 외에도 참 다양한 삶이 있었습니다. 제가 늘 성향적으로 마이너가 아닌가 생각하고 살았는데 제 기준 더 마이너한 감성의 분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삶을 잘 꾸려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이런 직업도 있구나 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책도 영화도...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큰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힐링이 되기도 하고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꾸준히 쓰고 소통하자, 이것저것 써보면서 나만의 글쓰기를 찾자, 혼자 쓰는 것보다는 그래도 남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되겠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조회수와 라이킷, 구독자 수에 의기소침해진 저를 보고 있네요.
한 달 전에는 브런치 작가가 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는데 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 검사를 해보면 확신의 외향형 E로 나오지만 어쩐 일인지 온라인에서만큼은 극 내향인인 저는 이곳에서의 소통에 어려움과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글도 좋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구독 버튼을 누르고 싶은 경우도 많았지만 이런저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고, 댓글 남기고 싶은 글들도 너무 많았는데 흔적이 남는 것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마음 표현은 라이킷뿐이네요.
주변 지인들 중 저의 틀을 깨야 글이 나올 거라고 늘 안타까워하고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온라인상에서 누구신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저를 드러내는 게 여전히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런 글을 쓰냐고 하신다면 쓰고싶은 이야기가 많아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타인의 평가보다 저 자신의 글에 집중하자고 생각한 지 오래인데 이곳에서 많이 배우며 찾아나가야 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