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담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담글방 Dec 24. 2021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시즌 특유의 반짝거림을 좋아한다. 연말을 앞두고 거리에 나가 나무들을 장식한 조명들만 봐도 설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원가정에서는 부모님이 모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데 관심이 없으셨다. 어린 시절에는 그게 서운하기도 했는데 자라서 내가 꾸밀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따로 집 분위기를 바꾸지는 않았다.


결혼 후에도 아주 작은 책상 트리 하나만 해두고 크리스마스를 맞았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달라졌다.


아이가 말을 못 하던 아기였을 때도 트리와 장식을 보면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다섯 살 무렵부터는 트리의 크기나 장식에도 적극 관여하기 시작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가랜드를 달고 선물 박스는 양이 많아 보이게 쌓아두고 여기저기 알전구를 걸었다.


그래도 또래 아이를 키우는 다른 집보다는 소박한 편이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더 많은 반짝이는 것들로 집을 꾸몄다.




노랗고 작은 빛들로 채워진 공간에서 모처럼 남편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해에는 직접 만든 선물도 준비했다.

아이가 생화로 리스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키트를 주문해 만들다가 미완인 채로 양모 인형들을 장식했다.


아이 학교에서는 엄마들이 양모 인형 만드는 이벤트가 종종 있는데 그곳에서 배운 덕분에 곰손인 나도 간단한 양모 인형들은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반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들이 산타를 닮은 양모 요정을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 건 다른 친구에게 가고 다른 어머니가 만든 건 아이가 가져왔다.

 

양모 바늘에 찔려 여러 번 피도 보고 허리도 목도 좀 아프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니 뿌듯한 마음으로 만들어보았다.


크리스마스만큼은 온전히 반짝이는 행복한 기억만 남겨주고 싶다.


아직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아홉 살.


산타 할아버지가 잘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시니 힘드실 거라는 말에 어느 때보다 수월하게 잠자리에 드는 아기 같은 딸.


평소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만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미안했던 마음을 오늘만은 조금 덮어둘 수 있었다.




모두 평안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