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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Sep 22. 2023

달마다 담담글방

그래 이거야!


인터뷰 집을 내야겠어.


그렇게 생각한 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두어 달 정도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계약은 계속 늘어나지만 완고는 들어오지 않고있다. 심지어 내 원고조차 수정을 못 끝내고 있다.


내 원고를 출간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다른 계약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하고 싶으니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나는 방송에서 인터뷰 원고를 오래 써왔고 인터뷰 코너도 오래 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그게 적성에 잘 맞았다. 시사 프로그램 원고는 쓰기 싫었지만 생계를 위해 했고, 인물 인터뷰 프로그램은 순간순간 즐거웠다. 물론 여러 가지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이 많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한계는 명확했다. 방송이기 때문에 나는 인터뷰 원고를 쓸 뿐 내가 직접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다. 기자나 앵커가 내 원고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갔다.


써놓은 원고를 잘못해석하는 경우도 있고 절대 하지 않기로 약속한 질문을 사전에 얘기했음에도 굳이 생방송에 물어봐 출연자 측으로부터 크게 항의받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틀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었다.


출연자 선정부터 내가 원하는 출연자는 안 되고 하고 싶지 않은 인물의 원고를 쓰는 일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 어떨 때는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좋은 모습이 부각될 수 있게 원고를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속이 많이 부대꼈다.


힘들어도 일이니까 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어봐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하기 싫은 일에 진저리를 쳤다.


에너지를 쓸데없는 일에 많이 낭비한 셈이다.


어쨌든 그 시간 동안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연습은 조금 되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현장에 나가 인터뷰하는 프로그램도 몇 번 한 적 있었는데 그것도 무척 재밌었다.


일단 오프라인에서는 낯을 가리지 않다 보니 현장에 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내용을 확장해 가다 보면 방송도 더욱 알차게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원고는 몇 개월째 미뤄지고 있고, 나 역시 스스로 약속한 시간을 넘기고 있으니 내 얘기를 쓰는 게 욕심이 나서 힘들다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써보자.


인터뷰를 좋아하니까 내가 직접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집을 내야겠구나, 생각한 게 얼마 전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인터뷰할 사람들이 계속 떠올랐다.


적어도 한 달에 한 편은 할 수 있을듯하다.


일은 하지만 성과가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의욕이 떨어지던 요즘,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한 아이디어였다.


선정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일 것이다. 잘나고 못나고 성공하고 못하고의 판단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사람, 선한 사람, 좋은 의도를 가지고 사는 사람 등.


기획은 계속 벌려놓는데 실행해야 할 사람은 나 혼자뿐이니 일정을 잘 조정해야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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