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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Oct 22. 2023

여전히 떠나는 이유

해남에서 쓰다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3개월 동안 고성에서 지냈다.


중간중간 아이가 오거나 내가 집에 갔고, 다 헤아려보니 3개월의 반 이상을 혼자 보냈다.


고성에서 돌아온 후 해가 바뀌었고 나는 다시 작업실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 사이 가족이 큰 수술을 했고 방송 일이 아닌 다른 쪽의 수입은 아이 간식 값 정도도 안 되어서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을 때 지자체 한달살기를 알게 됐다.


혼자 시간도 보내고 여행도 하고 일도 해야지, '남의 돈'으로 한달살기라니 꽤 괜찮은 선택 같았다.


막상 해보니 일은 생각보다 잘 안 되었고 돈은 내 돈이 지원금보다 훨씬 많이 들었으며 그곳에서의 시간은 좋았지만 집에 오면 다시 답 없는 일상이 이어졌다.


고성을 떠날 때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또한 도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지자체 한달살기,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선호도는 조금 달랐지만 그 어떤 지역도 여행지로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이 없다.


강원도나 제주도처럼 인기 관광지가 아닌 다른 지역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중간중간 용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SNS에서는 꽤나 멋진 모습으로 지역 핫플이라고 소개되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무서울 정도로 한적해지는 동네들. 


스산하게 느껴질 정도의 텅 빈 도로. 어느 날엔가 아무도 없는 유적지에서는 cctv를 찾느라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어떤 곳은 사람이 있는 게 더 무서웠고 또 다른 곳은 사람이 없어서 두려웠다. 나의 sns에는 좋은 순간만 남겼다. 거짓은 없지만 전부도 아니었다.


화려한 핫플레이스와 멀지 않은 곳에 폐가가 된 빈 집들이 그곳의 민낯인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역소멸의 위기에 대해 피부로 실감했으며 그래서 이런 지자체 프로그램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올해 마지막 지자체 지원 여행지인 해남에 있다. 어제 휴게소 포함 7시간이 걸려 아이와 다.


아이 가을 방학 포함, 혼자 있는 시간까지 총 18일간의 여행이다.


밀양 한달살기를 시작으로 산청과 창원에서 거의 한 달을, 완도의 해남을 합쳐 또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합치면 석 달이 다 된다.


작년 고성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여름방학과 가을방학을 함께하고 있다.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돈은 그때보다 올해 더 많이 쓴 것 같다. 그나마 완도와 해남은 지원금이 많은 편이라 하반기에는 확실히 사비가 적게 들고 있다.


내년에도 또 다섯 곳 정도를 가보면 어떨까 싶다.


어쩌면, 지자체 지원 여행이 아니었다면 안 갔을지 모르는 낯선 지역으로의 여행은 이전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기쁨을 주었다.


이 돈과 시간이면 차라리 다른 곳을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매번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아쉬움이 훨씬 크게 남았다.


그곳을 마음에 담고 온다.


꼭 다시 오겠다는 혼자만의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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