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소설 속 아이디어의 원천은 실험실'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글 쓰는데 전공이 큰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이공계 석사 출신이라는 저자의 이력은 눈에 띄는 것이기도 하다.
과학에 기반한 상상력.
한국 문학계에서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sf 장르로 풀어낸 이야기들은 우리가 알던 일상과 현실이 아니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구 끝의 온실> 프롤로그는 나오미와 아마라라는 등장인물이 지구를 망쳐버린 것으로 보이는 현상 '더스트' 이후의 도피처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국 두 사람은 숲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우린 내성종이에요! 여러분과 같은 내성종이요. 좌표를 들고 찾아왔어요. 멜바에서 만난 사람들이, 여기로 가면 될 거라고 했어요. 뭐든 할 수 있어요.(중략) 그러니 우리를 받아주시면......
하지만 숲에서 나타난 사람들은 그들의 바람과 달리 내성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그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이후 시작된 본문에서는다른 인물들과산딸기가 등장한다. 더스트생태연구센터라는 곳에 산딸기가 나타나자 그곳의 연구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자, 한 번 먹어볼까요?" 모두 손을 전투적으로 뻗어 산딸기를 한주먹씩 가져갔다.(중략) 잠시 뒤, 참았던 말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혹시 옛날 과일들은 다 맛없는 거 아니야? 저번에 복원한 토마토도 좀 별로였잖아."
이 대화 뒤로 21세기 사람들은 우리랑 입맛이 달랐나 보다, 농림청이 잘못 키운 거다, 자신이 바라던 산딸기가 아니다, 라며 '결론 없는 논쟁'을 계속한다.
'더스트 시대'에 사라진 작물들 복원이 목표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사는, 아마도 21세기 이후일 시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처음 <지구 끝의 온실>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막연한 이야기의 씨앗만이 있었다. 아직 무엇이 될지 모르는 이 씨앗을 소설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느리지만 끈질기게 퍼져나가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결국은 지구를 뒤덮어버릴 생물체가 필요했다. (중략) 내가 도달한 답은 하나, 식물. 오직 식물만이 내 소설을 구원해줄 생물이라는 거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아직 내게 SF 장르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지구를 뒤덮어버릴 식물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다.
15분 책읽기라고 스스로 한계를 두긴 했지만 다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기록의 의미로, 비공개 블로그보다는 조금이라도 소통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15분 책 읽기의 결과물은 그저 표지 사진 한 장뿐이지만 간단하게라도, 어느 날은 책 속 문장 하나로도 끝날 수 있을 책에 대한 기록은 하나의 작은 점이라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작은 점들이 이어지면 어떤 선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작년에 읽은 책들 중 완독 하지 못한 책들도 올해 이어 읽기를 해서 한 줄이라도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다 읽은 책은 이후에 수정하고 완독 표시를 해둘 생각입니다.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정말 소소한 인원이라 이런 내용을 쓰는 것도 쑥스럽긴 하지만 혹시나 보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실까 하여 덧붙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