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산책의 즐거움

by 담담글방

『달리기를 끝낼 때마다 나는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건 단지 계획대로 달렸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나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때는 반드시 그렇다.』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많은 작가가 걷기를 예찬한다. 때로는 달리기를 숭배하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에게는 군살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단순히 몸매나 건강 관리 때문이 아니라 작가들에게 달리기나 걷기가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기나 걷기는 특히 두뇌 회전에 큰 도움이 된다. 걷고 온 날이랑 걷지 않은 날의 집중도나 능률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그전까지는 거의 직립보행 가능한 인간의 신체 능력을 저버리고 살았기에 거의 몇 년 만의 깨달음인 셈이었다.


어느 순간 아침나절에 글을 쓰고 점심을 먹은 후 몇 시간을 쉬다가 다시 글을 쓰고 저녁을 먹은 후에 산책을 많이 했다. 낮에는 광합성을 하는 기분이라 좋았고 저녁에는 지는 해가 탄천에 비치는 길을 걷는 것이 시원하고 좋았다. 어스름 무렵의 산책을 선호해서 계속 저녁 무렵에 걷다가 골다공증이 50대 수준이라는 의사의 말을 떠올리고 억지로 낮에 나오면 또 마음에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만 같았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내내 구부정했던 어깨가 펴지는 듯 시원해졌다. 키보드를 신나게 두드려댔던 손가락도 꼬물거려보고 목도 돌려보고 기지개도 켠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우고 몇십 년간 하지 않은 ‘국민체조’의 일부 동작을 슬쩍해보기도 한다.


짜증을 샘솟게 하는 화수분 같은 허리 통증과 묵직한 어깨의 뻐근함이 걷고 오면 그나마 나아진다.


산책로 옆의 울창한 나무들도, 물길 건너 늘어선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도, 얼굴을 스치는 꽃가루도, 따스한 태양도 모두 좋았다. 늘 똑같은 태양이 떠 있었을 텐데 산책 한 번 나왔다고 그 존재감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막혀있던 숨이 트이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단지 나오기만 한다면, 탄천 산책은 정말 최고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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