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개'라는 소설을 아주 좋아했고,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굉장히 직설적인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딱 더도 덜도 말고 개가 들려주는 개의 노래다.
담박하고 군더더기 없고 사람보다 따뜻한 개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 글이 좋고 개가 좋아서 무척이나 소중히 여겼다.
책도 각자의 취향이 있는지라 누구에게 추천 같은건 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지인들에게 직접 사다가 안겼을 정도로 좋아했다.
오늘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는데 어느 선반 맨꼭대기에 꽂힌 '개'를 봤다.
한참을 그냥 우두커니 서서 책을 바라만봤다.
보리밥을 잘 먹어서 진돗개 형제 이름이 모두 보리였고 주인공인 수놈 이름도 당연히 '보리'였다.
꽃순이는 보리밥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리가 아니었지만 똑같이 발바닥은 말랑하고 폭신하면서 튼튼해서 땅을 박차고 숨차게 달려도 발이 아프지 않은 개였다.
진돗개 순종도, 더구나 수놈은 더욱 아니었지만
우우우우 컹컹컹. . 짖는 것은 보리와 같은 개였다.
나한테도 그런 개가 한마리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뜨끈한 것이 밀고 올라오려한다.
보리처럼 사람의 아름다움과 개의 아름다움을 모두 아는 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개를 몹시 사랑했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개'라는 그 제목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지만 험한 꼴 볼까봐 치밀어오르는 것을 꾹꾹 밀어넣고 다른 책을 골라 얼른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