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죽기 2주전인가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그렇게 사정없이 줄이 끊어져라 달렸었는데,이미 그땐 힘이 다 빠져서 털그럭털그럭 걸었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나를 앞질러 걸었다.
개 교육시키는 요령에 보면 개가 사람 앞질러 나가는건 별로 좋은거 아니라고 늘 나와 있는데,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는거 같다.
몸에 익으면 개나 사람이나 알아서 한다.
앞서 간다고 나한테 으스대는것도 아니고. .
가끔 내가 좀 늦장부리면 아주 세상 한심하다는 지루한 표정으로 기다리긴했지만.
꽃순이는 자기가 개라는걸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동종인 개들과의 관계에서 상당히 뛰어났다. 저쪽이 미친 적의를 가지지만 않는다면 절대적으로 스윗했다. 같이 산책 나갔다가 줄 풀린 으르릉대는 어느집 암캐와 귓속말로 딜을 하고 내가 무사히 지나가게 해준적도 있다. 정말이다.
(그 개는 결국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동네 아짐을 따라가면서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
요는. . 꽃순이는 자기가 개임을 잘 알았는데 나 또한 개로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개가 자기를 사람으로 생각하는것 보다는 자아성찰에 꽤나 성공한거 같지 않은가 싶다.
사실은 지난 10년동안 꽃순이가 온갖 세상풍파에도 나를 산책시키느라 애먹었던 것이다.
마지막 산책때는 물을 한없이 딸칵딸칵 마셨다.
날이 좀 따갑기도 했지만 이미 탈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혹시나 싶어 준비한 작은 생수 한병을 모두 마시고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분명히 힘이 부쳤을텐데도 나를 앞세우지 않고 몸소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그게 꽃순이와의 마지막 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