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는 처음으로 간송 미술전이 열렸다.
대구 미술관에서. .
몇 년 전 상경하여 DDP에서 관람한 간송전은 혜원의 아름다운 화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붓을 금방 놓은듯'이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외엔 별달리 방도가 없을 정도로 발색이나 필력,보존 상태 모든 면에서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의 화첩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보호유리에 코를 박다시피 하고 봤었다.
올해 대구미술관의 간송전은 조선회화전이다.
회화작품만으로 전시를 기획하였으니 도자기나 한글 해례본 같은 것은 볼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쉬우나 어차피 로테이션이니 다음 전시를 기약하고. .
대신 올해는 그 유명한 미인도를 영접할 수 있다.
지방 사람들도 조금은 더 수월케 미인도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
같이 갔던 친구는 간송미술관 시절에는 미인도를 아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었다고, 가까이서 봐야만 알 수 있는 그 섬세함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보로 곧 승격될 예정이기에 더 삼엄한 보호를 받는 듯 했다.
미인도도 물론 훌륭하거니와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회화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흔이 넘은 어느해 노년의 겸재가 남긴 놀랄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초충도에 또 한번 경의를 표했다. 역시 대가는 연장 탓뿐 아니라 나이 탓도 하지 않는구나. 멋진 금강전도보다 자그마한 초충도에서 겸재의 정수가 느껴져 오오. .
고결한 기백이 줄줄 흘러 넘치는 문인화들과 진짜 그림쟁이들인 화원들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양쪽 모두 당시 시서화에 능한 사람들이었겠지만,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보니 주제나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다. 큰 차이 없는것 같아도 화원은 화원이구나 이런 그림 덕후 같으니. 하는 느낌이 온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나는 항상 화원들의 편을 좀 더 들게 된다ㅎㅎ. .
긍재 김득신의 유명한 야묘도추도도 볼 수 있다. 병아리를 물고가는 고양이를 곰방대로 때려잡을 기세인 익살맞고 생활감 넘치는 영감내외를 그린 그림. 아주 생생하고 귀엽고 따뜻하다.
서울에서는 사람이 너무 바글바글 끓어서 인기 많은 그림은 보기도 힘들었는데,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대구미술관은 아직까지는 한가하니 많이들 봤으면 좋겠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뜻과 그 유지를 한결같이 지켜낸 후손들의 노고에 무한한 존경심을 보내고 또 보낸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하기 힘든 일이었고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을 것인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작의 품위를 훼손하기는커녕 철저히 관리하고 바람을 쐬여 주는것에 보태 얼굴도 모를 남들을 위해 작품을 내어주는 그런 품격이란게 명문가의 노블레스오블리주일까.
다음 전시에 나올 소장품들을 기대하며 관람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