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백수놀음을 했다.
퍽 잘 나가는 일자리를 내내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백수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눌러 앉은적은 없이 수중에 얼마 안되는 돈을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곧 다른 일로 갈아타곤 했다.
그 틈새의 시간을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빌리는데 많이 보냈었다.
왜 이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지금 또 백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짧은 파트타임에서 조금 더 시간을 늘려볼까 하는데 요새 일할 곳이 썩 시원찮으다.
여튼간에 이전의 백수 생활이 그랬듯 오늘도 많은 책을 빌려왔다. 정말 무겁도록.
이런 공시간에나 편하게 책이 읽히지 바쁠때는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책이라도 들고 있으면 수분내로 잠이 온다.
책 보면서 잠드는 사람을 이해 못했었는데 나도 30대 이후로는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백수의 시간에는 정좌로 진지하게 책을 읽을만한 여력과 정신이 있어서인지 많은 책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늦가을처럼 좋아서 차비도 아낄겸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걸어오는 내 스스로에게 예전 고향의 도서관에서도 이런 식으로 어깨가 빠지도록 책을 빌리던 내가 겹친다.
그나저나 대낮에 일 없는 한량 백수로 쓸쓸한 기분은 기혼이 되어도 똑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