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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 대하여

by 따따따

15년전 일했던 미술학원 앞에 있었던 분식집 떡볶이는 정말 맛있었다.

소고기 다시다를 아낌없이 넣어서 소고기뭇국 맛이 펄펄 나는 아주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라서 오백원어치 사서 국물까지 다 마셨다. 학원으로 포진되어 있는 구역이라 오백원어치를 어른에게도 팔았던 덕분에 거의 매일 사먹었다.

이 집 떡볶이가 오래 끓어 졸아붙은 걸 본 적은 거의 없었고 항상 생생한 떡과 오뎅 산뜻한 파가 국물과 함께 바글바글 끓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모오오홉시 유혹했다.

재밌는건 딱 오백원어치만 먹어야지 질리지도 않고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내일 또 사먹을 마음에 설렐 수 있지, 맛있다고 욕심껏 천원어치 큰컵에 먹었다간 중간에 질고 만다. 그 떡볶이에 원래 처돌이였던 선생님이 그만두고 섭섭한 찰나에 새로 영입된 선생님이 그 떡볶이 처돌이가 되었는데 한번은 일 마치고 욕심껏 천원어치를 각각 사먹었다가 질린 적이 있어서 그뒤론 욕심내지 않았다. 분수껏 살라는 깨달음까지 주는 훌륭한 떡볶이집.

다음부터는 선생님과 함께 천원어치 하나만 사서 나누어 먹으며, 각자의 그 집 떡볶이에 관한 깊은 소회를 털어놓고 국물까지 사이좋게 바닥을 드러낼때까지 주거니 받거니 한모금씩 마셨다.

그러면 양이 딱 좋았다.

원체 낯을 가리는지라 좀 서먹했는데 집에 갈때마다 떡볶이 국물 잔돌리기를 하는 판에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떡볶이를 좋아했던 나도 이제 애엄마, 그 선생님은 애 셋 엄마가 되었고 그 조미료 덩어리 길거리 떡볶이 국물을 둘이 벌컥벌컥 마시냐고 핀잔하며 기겁하던 생님이 이전글에 언급한 쌍둥이네 언니다.

쌍둥이 언니는 그집 옆옆집 치즈떡볶이를 더 좋아했다.

아 맞아 그 치즈 떡볶이도 정말 맛있었다.

이제는 혈관과 위장이 짠거는 그만 처먹으라고 비명을 지르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하고 국물을 퍼마신다.

애 셋 엄마가 된 그 선생님은 이젠 재잘대는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아마 여전히 그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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