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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크리마스

by 따따따

우리 아들은 넘들보다 느린 아이라 다른집 애들은 크리스마스니 산타니 부산 떨어도 맹탕 아무것도 모르니 걍 나나 남편도 모른척 지나갈 수 있었다.

근데 올해는 좀 컸는지 어쨌는지 어디서 무슨 이야길 주워 들었는지 메이 크리마스~(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하나버지(할아버지) 이야기를 부쩍 한다.

흠 얘 봐라. 곤란한데.

하지만 나도 역으로 이용하기로 작정하고 쉬 싸지 않고 선긋기랑 가위질도 열심히 잘해서 칭찬스티커 열개 받아야 산타가 선물 준다고 부모답게 구구절절 내세웠다.

아들은 앞 뒤 다 잘라먹고 '산타가 선물주신대'만 기억하고 어제부터 오늘까지 공룡대탐험인지 뭔지 사달라고 계속 들들 볶아댄다. 비싼건 아니다. 저렴한 축이라 얼마든지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애들 장난감이란게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부질없는 뜬구름이나 마찬가지라 가격이 비싸고 싼걸 떠나 그냥 안사도 될 때가 더 많다.

어쩐지 감기로 병원을 갔는데 온갖 개구신을 떨면서 받던 진찰을 아주 얌전히 잘 받더라 했다.

오늘도 쉬를 잘잘 싸서 빤쓰며 뭐며 폭삭 적신 주제에 에미가 머리끝까지 빡쳐 있는데 니가 원하는 공룡대탐험 상자를 내가 사줄보냐 요늠아.

그랬더니 아까 자기 아빠를 이용해 결국은 사왔다.

전화 와서 묻는 남편에게 '선택사항이니 잘 생각해보고 사주지 말도록.' 했는데 사왔다. 아휴 뭐여.뭐꼬.

밖에서 밥까지 먹고 오라고 둘이 쫓아보낸뒤 그래도 메이 크리마스는 해야겠기에 작년에 써먹은 트리를 끄집어냈다.

전구만 감아서 켜놓았더니 나갔다 들어온 아들이 좋아한다.

히힛 웃으며 전구를 만지작하더니 '메이 크리마스 조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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