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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나도 예전에 고향에 개가 있었다.

하얀 진돗개였는데 유튜브에 나오는 말 잘 듣고 순하고 다정한 개하고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꽃순이는 저 깊은 산속 자연인하고 살면서 고라니도 잡고 너구리도 잡고 꿩도 잡았어야 할 야성녀였다.

산야를 아주 잘 타는 개였다.


김훈 작가님의 소설 '개 '의 개정판을 읽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작가님도 연세가 들고 뜨겁던 말들을 다독다독 다듬어 따뜻한 글로 개정판을 내셨는데 나는 원판본이 더 좋은거 같다. 하지만 개정판도 좋다.

꽃순이도 진돗개 보리처럼 닳지 않는 발바닥으로 숨이 끊어지도록 내달음을 쳐도 쳐도 지치지 않는 개였을까.

머리 한번을 온전히 대주지 않던 나의 야성미 넘치던 아름다운 개는 평생 건강하다 딱 2주를 심하게 앓다 떠난 고향 내 할머니처럼 아프다가, 할머니 기일에 죽어 평생 익숙하던 고향 뒷산의 할머니 합장묘 발치에 묻혔다.


나의 개는 지금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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