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고스트지.
이 영화를 본 지는 꽤 되었다.
유령이 나오는 퍽이나 쓸쓸하고 고독한 공포영화라고 해야될지 어떨지 모르지만 끝을 모르는 영겁의 기다림이 공포라면 공포영화 맞다.
기다림의 끝을 모르는건 명백히 공포가 맞겠다.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되어 있다.
말 한마디 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는 틈틈히 아내가 문틈에 끼우고 간 쪽지를 갉작갉작 파내는 하얀 시트를 뒤집어 쓰고 있는 유령이 안쓰럽고 서글프다.
유령은 한동안은 본인이 죽은후 그들의 집에 머물던 아내를 지켜보다 마침내는 집을 떠난 아내를 기다린다.
세입자들이 바뀌는 동안 몇번은 유령답게 겁도 줘보고 하다보니 아무도 이사 오지 않게 되고 폐가가 되었다.
앞집엔 꽃무늬 시트 유령이 사는데 누구를 기다리는지 조차도 이제 잊었다면서도 그냥 기다린다.
지박령이네.
정말 현실적이게도 그 구역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집들이 허물어지고 흰 시트 유령과 꽃무늬시트 유령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두 유령만이 재개발 시작전의 폐허에 우두커니 서 있다.
요즘 귀신도 금융치료 물리공세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꽃무늬시트 유령은 의지를 잃고 이제 안 오려나봐... 하고 그만 폭삭 꺼져버린다.
울 뻔 했다.
너무 가엾잖아...
그후로도 흰 시트 유령은 여러 장면들을 맞이하는데 시간은 휘황한 미래에서 과거로 갔다가 현실로 돌아와 본인이 죽기전 아내와 행복했던 시간들도 다시 마주했다가 다시 현재의 빈집으로 돌아온다.
이 부분들이 굉장히 인상적인 일종의 시간의 윤회 비슷한 장면이었다.
갉작갉작 기둥속 짱박아놓은 아내의 쪽지를 꺼내려고 시트 뒤집어쓴 채로 고생고생 생고생하다가 드디어 쪽지를 꺼내고 펴는데..
그만 폭삭 꺼져버린다.
쪽지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다.
무슨 내용이길래 그리 쓸쓸하게 폭삭 꺼져버렸는지.
꽤 오래도록 흰 시트의 쓸쓸함이 나부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