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중에 영주가 고향인 친구가 있었다.
졸업후에 서울 가서 잠깐 얼굴 본 거 외엔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어졌다. 이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위화감 없이 빌어먹을 장난을 쳐도 본인이 더 능글맞게 심한 장난으로 맞받아쳐줄 법한 성정의 소유자라 항상 생각하면 든든하고 그리운 느낌이 든다
서울살이를 열심히 잘 하고 있을 것이다.
워낙 괜찮은 애였으니까 멋나게 잘 살고 있으리라.
이 친구가 대학교때 영주 고향집으로 초대를 해준적이 있다.
본가 자체는 영주 시내에 있었는데 남대리라는 시골 동네에 친구 아버님이 터를 닦아 거처를 잘 지어놓고 텃밭도 하시고 그런다고 하셔서 우리는 마음대로 별장이라고 불렀다.
이야 너 영주에서 부잣집 딸이었구나 별장도 있다고 이야.
영주 시내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촌사람인 내 눈에조차 남대리는 오지 오브 오지였다.
산골짜기가 매우 깊으며 더없이 맑고 수량이 많은 계곡이 있고 모기도 별로 없는데다 어둠속에서 반딧불들이 예고도 없이 홀연히 떠오르는 청정한 산골이었다.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마시고 수제비도 끓여 먹고 동네 꼬마가 잠자리를 잡아 날개를 똑똑 떼고 자기집 강아지한테 간식으로 주는것도 구경하고 그랬다.
경북 남부와는 전혀 다른 경북 북부 사투리가 레알로 느껴지는 멋진 곳이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다.
애 데리고 인근 교외 시냇가에서 첨벙대다 오는 길에 문득 그 친구와 남대리 생각이 나서 남대리 검색해본다.
지금은 뭐 생각외로 이것저것 들어와있는것 같다.
하긴 20년이 지났다.
그렇게 좋은데를 세상 사람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긴 하지.
남대리의 여름엔 여전히 반딧불이가 반짝이는지, 친구네 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하게 남대리 별장을 드나드시는지, 친구도 이제 자신의 자녀나 배우자에게 여름이면 남대리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하는지.
몽글몽글해지는구만.
그때 정말 즐거웠어. 고마웠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