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시금치 나물을 좋아해서 고향 엄마가 해주는거 외엔 쳐다보지도 않던 시금치 나물을 다 해본다.
자꾸 해보니 나물 데치는 것도 스킬이 느는구만.
신나서 참나물이나 취나물도 사다 데쳐 무쳐본다.
취나물은 그렇게 억센줄 몰랐다.
말려서 먹는 대보름 취나물이 더 맛있는거 같다.
오늘은 참나물을 무쳐서 조금 집어 맛을 봤는데.
아 이런 그만 눈물이 날 뻔했다.
이거 우리 할매가 좋아했던 그 나물이네.
바구니 그득했던 그 살아서 펄펄 뛰던 시퍼런 그 풀이잖아.
이런 풀을 먹냐고 놀려댔는데 그랬던 내가 마트에서 돈을 주고 참나물을 사다가 아들 먹이겠다고 무치고 있다니.
정작 아들은 산채의 강한 향취가 생소했는지 뱉어낸다.
씹어보면 끝맛이 약간 매운 시금치와는 다르게 참나물은 생각지도 못하게 끝맛에 우유같은 고소함이 있는데 우리 아들 아직 이가 있으되 씹는 맛을 모르는구먼~
참나물 참 맛있어서 참나물인가보네.
참나물 뿐인가, 사람(에)게 이롭다며 갖은 풀이란 풀은 다 캐다 먹던 나의 할매. 가끔은 너무 풀 같아서 대관절 이게 먹을수는 있는 거냐고 먹는거 캐온거 맞냐고 물으면 확실한 앱솔루틀리 ㅇㅋ 하곤 했던 할매.
살아있었으면 고추 달린 증손이 나물 잘 먹는다고 시퍼런 나물을 한아름 해다가 줬을거 같다.
배움도 교양도 눈치도 코치도 없던 할매였는데 가끔 이런 음식에서 나도 그녀의 피가 섞인 손녀였음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