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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by 따따따

요사이 된장찌개를 자주 끓인다.

세상 편한 코인육수 몇알 때려넣고 된장 넣고 고추장 넣고 채소 두부 버섯 넣고 바글바글 끓여낸다.

내 고향집은 푹 끓이는 방식보다 한두번 발발 끓어올라 채소 식감이 살아 있을때 먹는 된장찌개를 선호해서 그것을 삼십년 이상 먹고 자라난 나도 그렇게 끓인다.

아이가 태어나고서는 음식할 의욕도 기운도 없어서 주로 배달음식을 먹거나 인스턴트나 빵으로 끼니를 채우곤 했는데 산후우울증도 벗어나고 아이도 기관에 다니니까 음식을 할 여력이 생겼다.

제일 당기는건 역시 된장찌개였다.

된장찌개와 김치만 있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시가의 된장을 얻어다 먹고 있는데 다른 장들 포함하여 여태 구순의 시할머니가 주도하여 장을 담가내며 맛 또한 기가 막히다. 40년 시집살이를 끝낸 우리 엄마보다 시집살이를 더 오래하고 있는 시어머니에겐 미안하지만 시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토록 좋은 장맛 때문에 그리울것 같기도 하다.

내 고향집의 장맛이 짙고 강한편이라면 시가의 장맛은 맑고 가볍다.

하지만 남편은 된장찌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일할때 남자 동료가 자긴 된장 따위 절대 안먹는다길래 왜?라고 물으니 군대에서 똥국 질리게 먹으면 그렇게 된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애아빠도 똥국에 질렸는지 된장찌개는 거의 나만 먹게 된다.

갓 끓은 찌개는 맑고 구수하고... 뜨겁다!

갓 지은 밥에다 먹으니 불지옥일세.

아 근데 이렇게 먹어야지만 밥 먹은거 같은거 보면 나는 정말 뼛속까지 한반도 DNA... 아주 옛날 언젠가부터 된장을 담가먹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먹어온 기분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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