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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기저귀

by 따따따

우리애는 세돌이 다 됐는데 여전히 기저귀를 안뗐다.

언어가 늦어서 의사표현이 없으니 걍 둔다.

언어치료 하고 있고 말문이 좀 트면 기저귀도 세월 따라 되겠지 하는 것이다.

데리고 밖에 나가면 간혹 할줌마들이 몇개월이냐고 변은 가리냐 물으면 아니오 대답하는 즉시 요새 엄마들은 애들 스트레스 받는다고 그냥 둔다고 자기들때는 엄격하게 시켰다고 자기 딸이나 며느리 얘기를 하면서 흉 볼때도 있다.

그냥 예예 웃고 만다.

그런데 아마 사실일 것이다.

엄마가 얘기하길 오빠도 변 가릴때 할머니가 그 추운 겨울에 그 추운 옛날집에서 살 때도 밤중에 어린애를 일일이 깨워가며 귀한 손자 이불에 쉬 싸지 않게 누였다고 했으니까.

나랑 언니는 뭐 어쨌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변을 잘 갈았으니 지금껏 기저귀는 안차고 산다.

어린애를 일일이 깨워 쉬를 누여줄 조부모도 없고 나나 남편이나 눈 감았다 뜨면 아침인데 기저귀 뗄 날이 요원하긴 하다.

무섭기만 했던 고향집 변소가 생각난다.

위치는 그냥 고향집 좁은 마당 안인데 그 당시의 어린이에게 푸세식 화장실과 밤은 늘 귀신의 시간 아니었던가.

항상 할머니에게 현관문 앞에서 지켜보라고 하고 변소에 뛰어갔다왔다. 현관 입구등을 켜고 기다려주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가끔 그 위를 가로지르는 텔레비전 전선줄에 앉아있던 제비 두마리도 생각난다.

나도 아들의 대소변에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동행해주어야 할텐데 측간이 방 바로 코앞에 붙어 있는 아파트이면서도 그런 귀찮음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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