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엽에 일년 신수를 봤었다.
대개 그렇듯 돈의 미래를 물으러 가는것이다.
안그래도 사양길인 남편의 일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여기저기 채여 명맥만 유지중이라 목구멍에 어떻게 풀칠을 할 것인지 나라도 어떻게 보탬이 안되겠는지 흔히들 묻는 그런 것을 물으러 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탬이 안된다고 한다.
나나 남편이나 3년 정도는 온갖 관재 구설 돈손해 갈팡질팡 통수 이별 심지어 피싱까지 조심하고 몸뚱아리조차 성치 않을거라고 60만원어치 부적을 쓰라고 한다.
여기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예전엔 가성비 좋았는데.
주인은 예나 지금이나 청산유수지만 이제 슬슬 거품이 낀듯한 느낌이다. 가족당이 아니라 인당 매기는 복채는 둘째치고 부적이 너무 비싸졌다. 부적이 비싸니까 기분이 나빴는지 저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적은 쓰지 않았다.
스스로 비루먹은 느낌을 가지고 먹구름 같은 미래를 예견하고 철학관에 발을 들였는데 역시나 니들 운은 앞으로 몇년내로 내내 개같은 운이라는 말에 부적 쓸 기력조차 없어졌다. 연락드린다 하고 웃으며 나왔다.
어느 정도 빛이 보여야 부적을 쓸 맛도 나는 것이다.
어제는 주인장 선생이 말한 안좋은 것들이 종합세트처럼 복잡다단자잘하게 꼬였다. 응당 쓰지 않았어도 될 돈을 쓴데다 마땅히 알았어야 할 일을 이제서야 알게 되어 뒤늦게 금전적인 손해가 예견되어 있다.
비오는 아침 빵 사고 나오는데 내 앞 손님년이 내 우산을 가져가버린데서부터 종일 운수가 안좋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 속 재앙을 키우는 행봉신이란 것을 만난 기분이 이런것일까.
행봉신은 처음엔 소박한 고소데 차림이다가 인간의 고통을 양분 삼아 점점 화려한 후리소데 차림새로 변한다.
심하게 울적해하니 남편이 그냥 잊어버리라고 일이 그냥 그리된 것이니 그냥 그런일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남편은 선량하고 나랑은 오타쿠 기질이 통하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은 아니고 뜬금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해서 기분이 아주 심하게 나쁠때가 있는데(물론 나도 남편에게 그렇다)
가끔 이렇듯 불보살이 좌정할때가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니 돈 문제에 민감한 편이라서 잔소리를 하다가도 이렇게 가끔 포대화상마냥 금전이 넘쳐나는듯 넉넉한 발언을 할 때가 있단 말이다.
그러나 마음속 행봉신은 좀 더 화려한 차림을 원하는지 자잘한 걱정은 끊이질 않는다.
좀 웃기지만 5월엔 또 6개월치 예약이 밀려있다는 용한데로 친구와 가기로 예약을 해놓았다.
나는 그 사주나 신수나 운세라는 걸 맹신하지도 않지만 재미 삼아 보는 것도 아니다.
아주 가끔은 듣고 싶은 말이 있어 찾는 것 같다.
그래도 어떤 희망이 있다는 그런 뻔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찾아가는 것이다.
아무개 해에는 다시 떡상한다니까 부적 없이도 그때까지 잘 견뎌야한다ㅎㅎ
이런 내가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