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새로 사서 한번만 덮었다며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온 시어서커 이불에서 시가 특유의 냄새가 세탁을 해도 그대로 난다.
지금 결혼 8년차인데 막 결혼했을 무렵 시가는 시할머니도 같이 살고 계셨지만 그땐 그냥 떡집에 딸린 살림집 특유의 기름 냄새 혹은 콩고물 내만 났었는데 지금은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나서 시가 갔다오면 모든것을 다 세탁한다.
남편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워낙 냄새에 둔한 편이고 별로 신경도 안쓰는 성격이다.
한편 특유의 냄새는 내 고향집에서도 난다.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하게 느껴져서 고향 갔다와서도 모든 옷을 세탁한다.
이 무슨 짜증스럽고 똥찌그리하며 불쾌한 냄새인가 곰팡내인가 뭔가 했는데,
얼마전 알았다.
이거 노인 냄새구나.
특이한 것은 양가 모두가 상노인(시할머니나 우리 할머니)과 살았을때는 그런 냄새가 없었는데 상노인들이 사라지고 부부만 남게 되자 늙음의 냄새가 서서히 집안 곳곳에 고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늙기도 했지.
양가 어른들도 이제 모두 일흔을 훌쩍 넘긴 촌로들이다.
요즘 아무리 백세시대라 해도 늙음은 그냥 늙음이다.
집안에도 옷장에도 욕실에도 냉장고 속 반찬에서도 냄새가 난다.
굉장히 슬픈 일이네.
냄새에 조금이라도 예민한, 특히 도시에서 향긋한 다우니 냄새에 길들여진 손주들의 경우엔 매우 불쾌하게 느껴질만도 하겠구나 싶다.
옛날에 삼촌네가 명절을 지내러 고향에 오면 숙모가 부려놓는 캐리어 속의 옷가지들에선 야리야리한 사촌 여동생들과도 같은 아주 아주 살갑고 조심스럽고 얌전하고 포근한 코튼 향기가 났다.
농삿집 땀내 나는 빨래들은 같은 피죤을 아무리 넣어도 그와 같은 향기가 도무지 나질 않았다.
살면서 내가 찾아헤맨 가장 좋은 향기중 하나가 삼촌네의 캐리어 냄새였는데 삼촌은 돌아가셨고 숙모나 사촌동생들의 옷장에선 여전히 그 향기가 날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도회의 냄새를 동경하며 열심히 세탁을 하고 말리고를 반복하며 집의 냄새에 골몰하거늘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노인 냄새에 짜증과 비탄이 교차한다.
세탁해도 지린내가 나는 저 새이불을 어째야한단 말인가.
내가 나쁜년인가. 콧구녕을 틀어막아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