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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

by 따따따

지인 중에 쌍둥이를 키우는 언니가 있다.

쌍둥이를 키우면서도 그렇게 깔끔하고 야무질 수가 없어서 집에 놀러가보면 먼지 한톨 모난곳 한군데가 없다.

언니는 거의 결혼10여년만에 쌍둥이들을 얻었는데 아이가 없을때 그 집에 가보면 구석구석 구경하지 않을곳이 없다시피 예쁘게 꾸며놓고 부부가 따뜻하게 살고 있었다.

지금은 엄격한 쌍둥엄마가 되어서 옛날처럼 집이 아기자기 하지는 않아도 철저히 깨끗하고 철저히 기능적이면서도 예전의 그 사랑스러운 꾸밈새도 요기조기 숨어있다.

언니는 15년전쯤 같은 미술학원에서 일하던 강사로 만난 사회 인연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다정하고 야무지다.

매년 감사한 마음이 드는 내 몇 안되는 친분풀의 한사람이다.

봄이면 딸기잼을 만들어 리본으로 묶어 나에게 선물해주고, 올 가을엔 자기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의 밤조림 보늬밤을 만들어 주었다.

시어머니가 주신 밤을 밤새 형부와 껍질을 벗겨 조렸다는 보늬밤은 색도 곱고 맛도 좋았다.

쌍둥도련중 큰아이가 만화에서 본 파이를 보고 엄마 꼭 이런 파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이번엔 파이를 구웠다며 자랑했다.

세상에나.

정말이지 나도 꼭 먹어보고 싶었던 지브리의 소녀나 구울법한 파이여서 정말로 감탄했다.

언니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나와 처음 만났을 20대 때에는 세상 시크하기 짝이 없었는데 언니는 나이 들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워진다니까 호호 웃으며 야 내가 주책이지. 근데 20대땐 시크하게 보이는게 내 로망이었어 지금 주책스런 내가 정말 나인거 같아~ 하며 웃는다.

꼭 함께 먹어보자던 어느 카페의 따스한 양송이 스프를 마침내 함께 뜨며 행복해하는 언니는 본인이 좋아하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하얗고 말랑한 갓 구운 흰 식빵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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