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단단한 친구가 있는데 난 그 친구를 참 좋아한다.
영어도 잘하고 일어는 일본 유학으로 더 잘한다.
그 모든걸 누구 도움없이 혼자 다 해낸게 더 대단하고.
그래서 나는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척척 해내는 그 친구를 일종의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거 같다.
매우 단단한 사람인 동시에 매우 두꺼운 진입벽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나도 나름 두꺼운 진입벽 가진 사람이라고 혼자만 생각하는데 일단 나는 들어오세요 했으면 내장까지 꺼내보이는 타입이다. 내 내장은 초식형이예요 설명까지 쌉가능.
함께 일할때 나는 얘가 좋아서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면 항상 기복없이 평온하게 받아주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식사자리에서 한번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ㅇㅇ씨 친구로 생각 안했어' 하니까 옆에 있던 같이 일했던 다른 놈이 박장대소했다. 친구의 바운더리에 들여보내준 그때까지도 나한테 ㅇㅇ씨라고 선을 두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전혀 기분 나쁘지도 않았고 역시 얘 답구나 생각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역시 존버는 승리하는지 둘 다 40대인 지금은 기혼과 미혼으로 갈렸음에도 만나면 반갑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동시에 갬성과 이모션으로 무장한 나도 못 이길 예쁜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친구가 평소 이런저런거에 관심이 많은 나를 내내 지켜본바 어느날은 너 내 얘기 듣고 웃지 말라며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있었다. 이거 듣고 내가 정신병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길래 말이나 듣고 같이 판단해보자 했다.
친구가 비오는 날 개인일로 타지로 외출하고 시간이 남아서 그 지역 고분공원을 한바퀴 돌고 있는데 방송에서 계속 외국어가 들리더라고 했다. 영어도 아니고 뭐도 아니고 전혀 모를 말을 한참 듣고 있는데 방송도 아니었고 비가 와서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기분이 너무 묘했기에 집에 돌아가서 자기가 그 언어를 추측하여 지식을 총동원해 검색했는데 가장 비슷한 언어가 범어 천축 인도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걸 찾아본게 더 대단하지만 그만큼 이 친구가 영민해서 나는 매우 진지하게 들었다. 그 고분군은 가야지역으로 유명한 곳에 위치한 가야고분이었다. 가야는 황후부터 인도와 관련이 있지 않은가. 너 그럼 가야말 들은거야? 하니 가야말이 어떤지 들어본적도 없으니 모르지. 근데 나는 분명히 들었거든... 어휴 미친소리 같지? 한다.
나는 아니 그냥 너의 뭔가와 그날의 기운이 맞아서 가야말 들었나봐 했다. 한창 이상한 꿈도 많이 꾸이고 해서 자기가 스트레스로 좀 미쳤나보다 했다고 했다.
근데 들어보면 친구는 주로 항상 예쁘고 신기한 꿈을 꾸고 가야말을 듣는 신비한 일을 겪지 무서운 일을 겪는건 아닌거 같아서 순장당한 가야소녀의 환생이 너겠거니 하라니까 푸하 웃으면서 너 아직 그 얘기냐 한다. 예전에 가야 지배층 고분 발굴로 시녀로 추정 되는 소녀의 뼈가 나왔는데 그 뼈를 복원한 모습이 이 친구랑 꽤 닮아서 농반진반으로 놀린적이 있었다.
그 뒤로도 친구는 여전히 바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벽 얇은 나로선 모르겠지만 항상 자신을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아주 잘 지내고 잘 살고 가끔 만나면 여전히 그 티끌하나 거짓없는 진중함이 재미있다.
몸이 약해서 스스로도 걱정하지만 이보게나 가야의 정기가 자네를 지켜줄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