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남매의 막내다. 오빠도 있고 언니도 있다.
오빠는 마지막 개천용 세대로 혼자 헤쳐나가 잘 살고 언니, 우리 언니는 남들보다 좀 부족한 사람이다. 요즘엔 경계성장애로 주로 표현한다. 겉으로 봐서는 모르지만 말이나 글을 하면 단번에 안다. 상대방이 그 느낌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항상 반반이므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겪는것도 항상 일반인에 비해선 반드시의 확률로 반반이다. 일반인은 피해갈 작은일도 언니에겐 큰 벽이다.언니 같은 사람일수록 이성의 문제도 아주 높은 확률로 안좋게 돌아가기 마련이라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인과로 조카 하나를 낳았다. 형부 되는 이는 지병으로 급사했다. 사실 형부 되는 이도 언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자존심 자존감 강한 엄마도 당연히 여기쯤에선 좌절이 컸고, 이 일로 일없이 거만하던 울 아버지가 한 풀 정도 꺽였다.본인도 아버지가 없다시피 자라다 일찍 잃었는데, 외손녀가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하니 동병상련이라 본 듯 하다. 꿈에 그리 가깝지도 않던 사위가 나왔었다며 니 딸은 내가 잘 키워주마 했다고 한다.벌써 10년도 더 넘은 일이다.
많이 늙은 아버지는 지금도 외손녀와 티격태격 하면서도 어쨌든 손녀나 큰딸이 오라면 오라 가라면 가란대로 우리가 어렸을때는 꿈도 못 꿀 모습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어릴때 그래주었으면 많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당사자인 언니는 항상 즐겁다.
내 친구중 이런 사정을 거의 이해 못하는 고향 친구가 너희 언니는 항상 즐거워보이더라~ 고 하면 창피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해 받기를 원하진 않는다. 누구나 겪는만큼 아는것이니 누구 잘못도 아니다.
오빠는 이공계 학문을 하는지라 이성과 합리로 무장한 사람인데 언니가 때때로 일으키는 일들을 수습하며 한번은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다.
'ㅇㅇ야 ㅇㅇ는 우리 가족 모두의 액운을 막는 가엾은 애야.엄마 뱃속에서부터 아버지에게 맞으며 온 몸으로 액운을 받은 사람이다. 얼마나 가엾니. 아버지는 그 업보를 죽을때까지 알아야 되고 말야. 모든건 인과응보야.' 인과응보라는 것도 결국 일의 인과에 따른 합리이니 오빠는 과학적으로 더욱 이해가 잘 되었을 수 있겠고만.
그리고 본인이 간간히 지금보다 조금만 더 명예나 권력에 한발짝 향하는 일을 만들면 항상 언니와 관련한 집안일이 하등 쓸모없이 발목을 잡는것도 결국은 본인에게 욕심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라고 받아들인다는 것도 덧붙였다. 내가 매우 정독하는 브런치 작가님중 한분의 오늘 글 명예와 권세에 관한 글에 크게 동조하면서도 엉뚱하게 괜히 눈물이 줄줄 나는 것은 오빠의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간 나는?
막내로 INFP답게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엄마 오빠 언니 조카 아버지 사이를 오가며 욕도 했다가 위로도 했다가 스트레스도 받다가 우리애 보면 더 빡치다가ㅎㅎ 그런다.
누가 언니랑 다정히 지내는걸 보면 참 부럽다.
나는 영원히 언니를 찾아 헤매는 동생이다.
나는 여전히 언니가 창피하고 슬프다.
50이 되든 몇이 되든 내내 그럴것이다.
언니 이야기를 그나마 이정도로 간략하게 추릴 수 있기까지는 지금껏 걸렸다. 언니는 나로선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를 숙제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부모가 아니라 형제이기에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가 나쁘고 갑갑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