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시가 스트레스는 그렇게 없다.
우리 엄마는 40년 동안 시집을 살고 끝 봤는데 남편 엄마 시어머니는 46년 현재 진행형이다. 시집살이에도 기념식이 있다면 50주년 기념 파티 할 때가 다 되었다. 90대 시할머니가 아직 추상같다. 한 42년째 되던 해에 도저히 안 되겠던지 어떻게 시고모가 모시고 가서 옆 동네에 사신다.
여러 가지 주섬주섬 꺼내놓는 이야기를 대강 조합해 봤을 때 내 시어머니는 시할머니를 위시하여 시고모들 시삼촌들 시동서들한테 몽땅 다 질린 거 같다. 냉정히 지켜보면, 사정이 그렇다 보니 자식들한테도 큰 관심 없이 자기 살기에만 좀 급급하달까... 제사날짜는 알아도 아들 생일 이런 거 전혀 모른다. 좀 짠하기도 한데 뭐 그게 장점도 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본인 자식이 아니니 더더욱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이 관심 하나 안 줘도 그냥 맘대로 잘 사신다. 전화도 요새 영통 하자 해서 그렇지 강요 안 한다. 외려 귀찮아한다. 장사하니까 돈으로 뭐든 대강 해결하는 것도 편하다.
아 그런데 시가 스트레스 있긴 하다.
시어머니의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데 본인이 할 일까지 나한테 미뤄버리는 점이다. 일종의 회피인 거 같은데 그걸 이제 대신해 줄 사람이 며느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오랜 시집살이에서 살짝 삐뚤게 배우신 듯하다.
특히 본인 시어머니 시누들 동서들과의 소통을 억지로 하고 있다가 내가 드나든 후로는 나한테 미루는 바람에 나는 요새 흔치 않은 시고모 시숙모 전화와 피드백을 받는 며느리다. 절에 갈래? 김장 올래? 일하러 올래? 니 남편 어데 갔니? 요새 살쪘네? 많이 쪘네? 등등 똑같은 말 8년째 듣고 있는데 예 싫어요 아니오 많이 쪘어요 엄청 쪘어요 같은 똑같은 대답 8년째 하다가 신년에 시고모는 차단했다.
솔직히 난 내 친고모 전화번호도 모른다. 추상같기는 그쪽도 마찬가진데 출가외인끼리는 서로 노관심이다.
하여간 시고모는 12월의 어느 일요일에 과하게 선을 넘었기 때문에 남편도 이해했다. 그래도 만나지면 인사 잘하고 시가 다니는 절에는 간다. 종교는 별개고 연락을 차단한 거지 연을 끊은 건 아니니까. 스님이 내 얼굴 보더니 시고모한테 조카며느리한테 잘하라고 했다. 스님이 내 얼굴에서 치와와 같은 살기를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나도 내 살기 급급하고 남편도 자기 살기 급급해서 위의 특수한 경우 외엔 크게 시가에 신경 안 쓰고 사는 편이긴 하다. 그건 시어른들한테 땡큐다. 나도 시어머니나 남편의 라이프스타일에 감명을 받아 점점 무심해지는지 예민한 왕뱀 같은 우리 엄마한테 무심하게 굴었다가 큰코다치기 때문에 항상 정신은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