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사면 기분이 좋다.
붓이란 단어 자체가 귀엽고 예쁘다.책에서 여기 붓과 먹을 주시오 하면서 뭘 북북 적는 그런 장면이 나오면 그냥 좋다. 정작 나는 붓글씨는 못 쓰는데.
가끔 붓을 사는 필방이 있다. 직접 붓을 만드시는 지방 무형문화재이신데 예전에 일하던 데서는 그 할아버지가 문화재 되기 전부터 그 붓만 주문해서 썼다.그러다보니 나도 자연스레 그 붓을 쓰게 되었는데 사실 할아버지가 만드는 붓의 용도는 필붓, 글 쓰는 붓이다. 동양화나 서예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들었다.확실히 그림 그릴때 쓰기엔 탄력 때문에 적당하진 않은거 같은데 나는 쓴 지가 오래 되어 가끔은 그 붓을 일부러 산다.세필이 탄탄해서 부처님 얼굴할 땐 꼭 할아버지네서 산 세필 새 것으로 한다.
할아버지가 사람이 좋다. 술 좋아해서 얼굴이 붉은 토실한 너구리 같으신데 너구리가 붓을 판다고 생각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