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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an 14. 2024

오빠생각

나는 삼 남매 중 맏이인 오빠하고 통화를 잘한다.

각자 출가전이나 지금이나 주로 오빠가 전화를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가정이 있으니 내가 하기는 좀 그래... 시누이잖아 싶어서 용건 외엔 전화 안 하는데 오빠가 뚜르르 한다. 성격이 예민하고 세심한 사람인 데다 오빠는 원래부터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서 한 시간 이상씩 통화할 때가 많아서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란다. 그래서 오빠도 보통 운전하는 사이 전화를 하는 편이다. 정작 만나지면 물에 물 탄 듯 악수나 하고 만다. 모바일 형제애다.

별 얘기는 아니고 그냥 세상 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각자 가정 이야기 등으로 조잘대는데 많이 배운 오빠는 나의 상위 버전으로 고급지게 많이 처주깬다(이야기한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장남이 아니라 장녀처럼 엄마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고 언니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본인 와이프나 자식들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데 정작 막내인 내 얘기는 한귀로만 듣고 지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거 같다. 가끔은 아따라 이 오빠야도 갱년기 와서 양기가 입으로 올랐나 시 말 많네 싶다가도 소통이 되는 형제가 있다는 건 좋다는 생각도 한다. 그만큼 여동생들 사는 데 관심이 많고 드문드문 맏이의 고충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제는 전화가 와서 요새 부고가 부쩍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부모님의 늙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는데 부모님이 늙는 게 이제 시각적으로 확인이 너무 잘되니까 무섭다고 했다. 아주 가끔씩 그렇게 마음을 내비치는데 그런 이야기 들으면 그런 생각을 하는 맏이가 안쓰럽다.

막내는 하지 않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가끔 상념에 잠기는 모양이다. 막내는 이래서 편하긴 하다.

오빠야 나는 늙어서 죽으면 우리 아들이 콩콩 빻아서 고향집 뒷산에 우리 집 개 묻힌데 근처에 대충 뿌려주었으면 좋겠다니까 자기 아들은 산에 벌레 때문에 못 올라간다고 딴 데 물색할 거란다. 뭐 그런 별 잡다한 이야기 한다.

나보다 6살 많기 때문에 딱히 싸울 일도 없고 내가 대들 일도 없는데 딱 한번 오빠가 중학생인 나한테 수학 가르쳐주다가 내 청순한 뇌에 탄해두 손 두 발 다 들고 야 내가 너한테 이제 다시 수학 가르쳐주면 손에 장 지지든지 그냥 뒤지겠다 하는 걸 나도 너한테 수학 배우면 미친년이라고~ 하며 줄줄 울면서 문 처닫고 기어들어간 적 있다. 응팔에 보라가 덕선이한테 공부 가르치면서 공격하는 거 보면 나도 덕선이랑 같이 주눅 드는 느낌이다. 근데 그 당시 수학성적이 좀 오르긴 했다. 이래서 다들 과외하는 건가 싶긴 했다. 아 그때 수모를 좀 참을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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