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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Mar 27. 2024

옛날에 개 키울 때 일이다.

개를 앞세우고 동네길을 걷는데 저쪼 앞에서 목줄이 풀린 넘의 집 개 한 마리가 목줄을 절그렁절그렁 끌고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친척집 개라는 걸 알았지만 개하고 친척인 건 아니니까 사정이 통할리는 없겠고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풀린 개는 주인 아니면 제어할 재간이 없다. 고향에서 줄 풀린 개를 하루이틀 봤던가. 그렇다고 성견 진돗개인 우리 개를 어릴 때처럼 들어 안고 보호할 수도 없어서 그냥 서있었다. 앞서가던 개가 이미 멈춰서 리드줄이 팽팽하게 그 개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서 있었다고 해야 맞겠다. 달려오던 개는 맑눈광처럼 신나게 웃으면서 오다 멈췄다. 옆에 막대기라도 없나 싶었지만 없었다.

암컷 VS암컷에다 묶여 있던 개가 풀렸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거의 99%에 달하는 상황 속에 탐색을 시작한 두 마리 개는 경계의 꼬리를 흔들며 서로의 귀에 속닥대는 것처럼 보였다. 미친놈이 아닌 이상 개들도 탐색을 한다. 그러다 개싸움이 나는 것인데 이상하게 친척개가 그러다 그냥 내 옆을 헥헥대며 쓱 지나갔다. 식은땀이 나던 나도 우리 개도 그냥 빨리 집으로 가던 길 갔다. 뒤에 들으니 그렇게 지나간 그 개는 우리 뒤에 오던 자전거 탄 동네 아줌마 다리를 오지게 물어서 친척집에서 치료비를 다 물어줬다고 한다.

그럼 마찬가지로 지나가던 사람인 나는 왜 프리패스였던가. 우리 개는 그 개랑 귀에 대고 무슨 딜을 했던가. 가끔 의문이다. 개가 죽을때꺼정  안 가르쳐줘서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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