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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Feb 14. 2024

뼈의 내력

영화 파묘가 곧 개봉 것이다.

요새 부쩍 최애 이도현과 찐한 연기의 민식 아저씨가 오컬트 영화에 나온다니 기대치가 있다.


고향집에서도 파묘를 한 적이 있다.

할머니가 89세로 돌아가시고 상 한창 치르는 동시에 고향 뒷산의 39세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거처를 화장하여 합장하기 위해 파묘하였다. 분묘전문업체가 다 알아서 파고 꺼내고 추리고 다시 고르고 깨끗하게 가족에겐 합장 치를 유골함으로 돌아와 새로운 납골처에 상 치를 수 있게 해 준다. 과정은 휴대폰 사진으로 전송해 주고 말이다.

오컬트적인 어떤 일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다만 사람이 죽고 썩어 마침내 흙이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에 따른 차이가 있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가 되면 관 속이 혹은 무덤 속이  텅 비는지는 문과충인 내가 알 수가 없다.


아버지의 휴대폰 사진으로 전송된 지금 나보다도 더 젊은 39세에 죽은 고향집 조부의 가뭇한 뼈는 당연히 살은 다 썩어 없어졌지만 한 번에 보자마자 이 사람 영정사진으로만 본 김ㅇㅇ씨 내 조부나. 아버지닮았구나 단박에 알아볼 정도로 윤곽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뼈도 이렇게 닮는구나. 특유의 턱이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 뼈가 말로만 듣던 두 집 살림했다던 얼굴이 하얗고 소달구지로 돈을 버는 수완으로 나무 태운 재끝만큼 보드라운 흙으로 되어 재끝밭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고향집 포도밭을 샀다던 그 조부구나. 뼈로 남아 늙은 자식들과 다시 만났구나.


업체사장님이 젊어 돌아가셔서 한이 많아 그런지 50년이나 된 묘에서 나오는 유골이 이만하면 거의 썩지 않은 거라고 했다던가. 자신들을 내버려 두고 다른 집 살림을 택한 그러다 목숨을 버린 본인 아버지를 절대로 용서 못한다는  일흔이 훌쩍 넘 고모가 뭣이 억울해서 썩지도 못했냐고 훌쩍훌쩍 눈물을 보였다. 부의 장례식 사진은 고향집 사진첩에 있다. 고등학생이던 우리 아버지의 표정 없는 얼굴도 남아있다.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의 뼈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학비 안 준다고 다른 집 살림을 하던 조부네에 쳐들어가서 장독을 다 때려 부순 적도 있다고 한다.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해서 해가 잘 드는 새로운 납골처에 합장으로 모놓았다. 둘 다 이미 애정이고 자시고 없었을 텐데 더구나 둘 다 죽어서 날아가버렸으니 서로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묘가 있던 자리는 층층시하로 온갖 윗대 어른들 사이에 오랫동안 외롭게 끼인 자리였는데 이제야 홀가분한 차손의 분가라는 생각은 들었다. 고향집의 원래 장손은 외국 혹은 대처에서 성공하여 살고 차손 며느리인 할머니가 이 집 구신이 되고자 꾸역꾸역 이어 여기까지 내려왔다. 분가할 자격은 이미 충분하다. 지금은 장손 쪽도 묘역을 싹 정리하고 각자의 발복은 각자가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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