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 집 진돗개가 낳은 마지막 강아지 이름을 문수라고 지어줬었다. 문수도 벌써 죽었을 테지.
지금 작품이 문수보살 좌상인데 문수보살 그릴 때마다 강아지 문수 생각이 난다.
개도 이름을 잘 지어야 하는 게 맞다. 꽃순이라고 지었더니 꽃 단 미친년마냥 산으로 들로 연애도 제멋대로였던 어미랑은 달리 점잖고 따스한 수캐였다. 우리 집에서 한 5개월 같이 살았었나. 다른 집으로 가서 다른 이름으로 살았지만 내겐 항상 문수로 남아있는 강아지다.
문수보살 그릴 때는 종종 문수와 그 주인에 대해 공양드리는 마음이 한켠 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데 길고 이야기를 꺼낼만한 내 주제도 못된다.
긴 이야기는 겪은 자들만이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짐을 덜어드리지 못한 3자였을 뿐이니 다만 마음으로 드린다.
이 또한 사치한 마음일 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