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새언니가 쿠키 한통을 건네주었다.
아이고 언니 제니쿠키네요? 하니까 아가씨는 아는군요 하며 홍콩 간 김에 한 시간 반을 웨이팅 해서 샀는데 자기 집 남자들은 제니고 자니고 간에 그냥 와작와작 먹어 없애고 말아서 김샜다고 한다. 그즈음에 감기가 심해져서 이미 냄새와 입맛이 사라지고 있던 중이라 쿠키를 하나 먹어보려다가 그냥 짐 속에 넣고 집으로 와서 뚜껑을 개봉했다. 남편에게 권하고 나도 먹었는데 그땐 아예 아무런 냄새도 맛도 안 났다. 그래도 끝맛이 약간 싸름 한 걸로 봐선 이거 커피맛 쿠키인가 하니 남편이 음 난 그냥 맛있는데 치킨 입맛답게 딴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코는 뻥 뚫렸는데 냄새가 안 난다니 최고사양이라며 진화의 끝판왕이라고 개소리를 시전 한다.
오늘 아침에서야 반이나 빈 쿠키통을 들추며 남편이 이거 커피맛이네? 한다. 그래 그 커피맛 제니쿠키 나도 좀 먹어보게 드디어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이미 두세 번 후각 잃은 전적을 말하고 이러저러해서 남은 약을 주워 먹었는데 약 중에 스테로이드가 있어서 먹었더니 지금은 50-60 정도는 돌아온 듯하다니까 의사가 잘했다고 둥개둥개한다.
약을 더 처방하면서 덧붙이길 뭔가 먹거나 이럴 때 이건 된장이구나 이건 고추장이구나 하면서 냄새를 꼭 상기하면서 먹되 냄새를 들이켜는 트레이닝을 하란다.
냄새 맡는 연습 하려고 집에 돌아와서 제니쿠키 뚜껑을 열었다. 열자마자 꼬수운 커피 향이 훅 끼친다. 이 정도로 커피 향이 나는데 이걸 전혀 몰랐으면 설마 나한테서 똥꾸릉내 났어도 몰랐겠네 싶어서 살짝 걱정하다 관뒀다. 이제 와서 똥꾸릉내를 어쩌겠는가. 의사 선생님이 시킨 대로 킁카킁카 냄새를 들이 맡고 한 개 집어먹었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