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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Feb 21. 2024

해야지

썩어서 뭔가 부글거리는 안료는 내다 버리고 쓸만하게 남은 안료에는 아교를 녹여 새로 부어놓고 새 안료를 개었다.

새 안료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만들어놓고 좀 앉힌뒤에 쓰는 게 좋다고 배웠다. 여튼 안료가루에 아교를 조금씩 흘려 걍 한도 끝도 없이 노가다로 힘으로 저어 주다 보면 안료들끼리 엉겨 붙어서 어쩌고 되면서 개어진다. 이게 시간이 꽤 걸린다. 기본 색깔 홍ㆍ청ㆍ 백ㆍ 녹ㆍ황 다섯 가지만 개도 하루가 다 가는데 쓰던 거 있으니 한두 가지만 재빨리 갠다.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나는 정말 깔끔치 못한 타입이라 드러워서 찍을 수가 없었다. 계속 욕하면서 갠다. 노쉬발 킵고잉 해야 되는데 옷에 묻히는 건 기본이다. 다른 분들은 어쩜 그리 깔끔하게 개는지 모를 일이다.

담주부터 애 봄방학이고... 이놈의 거 툭하면 노는 날이다. 3월엔 그림선생님과 잡은 잘 될 것 같지만은 않은 어떤 은밀한 계획을 쳐내야 해서 채색이 더욱 더뎌질 것 같지만 일단 물감정리하니 좀 개운한 감은 있다.

연일 비가 온다. 우산 쓰기엔 딱 귀찮은 그런 비인데 그냥 걸어가면 옷이 폭삭 젖어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틈나는 대로 채색 조금씩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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