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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Mar 22. 2024

어명

궁궐이나 문화재복원사업 때 쓰이는 목재를 공수할 때 보통 금강송을 쓰는데 좋은 금강송을 베어오기 전에 대목수가 나무에 대고 어명이오 ×3을 외치고 도끼로 밑동을 세 번 내리치고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기가 아주 센 목수가 전동톱으로 끝마무리를 한단다. 나무에게 기가 눌리면 사고가 난다고 한다. 나무는 나이테로 수령을 알 수 있으니 100년 된 금강송에게 1000년의 생명을 불어넣겠다고 빌어준다고 그렇게 오래된 전통은 아닌 거 같은데 하여간 사업 주도하시는 대목장께서 나무 벨 때 그렇게 한다고 한다.

뭔가 고루해 보이지만 뭔가 일리 있다.

100년 된 나무의 정령에겐 집행공문보다는 어명이 더 와닿을지도 모른다.

도시 재개발이나 재건축할 때 제일 안타까운 게 너무 잘 자란 나무를 손쉽게 썩썩 베어내는 것이다. 오래된 동네는 더욱이 그렇다. 옛날에 내가 어릴때 고향동네에서 좀 더 나가면 있는 시내에 신시가지를 구축하면서 집이고 나무고 모두 밀어낸 허허벌판에 고목 한그루 외롭게 오래도록 남아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어명을 외치지 않아서 오래 걸렸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흔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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