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인 우리 아파트 공고에 가장 많이 붙어 있는 게시물은 층간소음보다는 흡연 피해 호소문이다. 몇 호 몇 호 몇 호 라인에서 괴로움을 호소하니 자제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여러 장 붙어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런다고 자제할 금연가들이 아니라는 걸. 남편은 게시물들을 보더니 이 정도면 그냥 아파트 라인 전체에서 다 피우는 거 같은데 이게 무슨 의미 있냐고 웃는다.
우리 집 라인 쪽으로도 담배연기가 수시로 들어온다.
위층 어딘가에 마운틴고릴라와 절구 빻는 옥토끼가 살아도 별 상관 안 하지만 담배 연기는 좀... 물론 나와 남편은 버스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에 성장한 세대이나 강산이 몇 차례 바뀐 데다 날로 나약해져만 가는데 내 집구석에서 남의 담배연기까지 들이마시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흡연 자체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나도 남편도 흡연가였다. 남편은 지금도 그렇다. 신경 안 쓴다. 오타쿠 같은 남편 특성상 아마도 본인만의 동굴인 본인 사무실에서 니코틴을 충족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내 집에서 남의 담배연기를 먹는 건 공동주택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영 짜증스럽다. 게다가 우리 집 쪽으로 들어오는 담배연기는 흥미로운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담배연기와 함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요리 냄새가 동시에 난다. 그러면 난 이 아파트 어딘지 모를 층에는 담배를 물고 웍을 돌리는 카우보이나 쿵푸허슬 소용녀가 있다고 밖에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빈약해빠진 상상력을 자꾸 자극하지 말고 담배는 탁 트인 바깥이나 흡연구역에서 빡세게 시원하게 태우시고 요리왕 비룡으로 거듭나라고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