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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ul 09. 2024

괴양이는 끌어안고 있느냐

지역별 고양이를 부르는 방언 지도를 보았다.

그 지도대로 내 고향 일대에서는 고양이를 친근하게 부를 때 살찐아~ 아니면 줄여서 진아~라고 하고 그냥 지나가는 들고양이는 고내기라고 한다. 나는 경북에서는 다 살찐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는데 남편에게 물으니 자기들은 그냥 고양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여간 내 고향 사람들은 개든 고양이든 소든 모두 짐승 취급이라 다 똑같이 대하긴 하지만 고양이가 드나드는 것은 쥐를 잡으니 내버려 두라고 개보다는 관대하게 대하는 편이다. 쥐 잡아주는 고양이는 진이고 아니면 그냥 도둑고내기다. 고양이하고 진이라는 애칭은 참 잘 어울린다. 황진이는 아니고 살찐이의 진이지만 고양이는 정말 진이처럼 생겼다. 진이라고 딱히 챙기지도 않아서 도시 고양이들과 달리 시골 고양이들은 그야말로 작은 야생동물이나 다름없다.


내 고향집 주방은 창문 바깥쪽으로 공간이 있어서 음식 하면 고양이들이 만날 오며 가며 기웃대다가 나하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극혐! 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도망간다. 어느 날은 열린 문틈으로 들어와서 남의 집 거실과 방에서 각각 편안히 쉬고 있는 고양이를 쫓아내느라 찢어진 커튼과 망가진 선인장 화분을 보며 어이없어하던 엄마는 주방창문 고내기 신작로를 폐쇄했다. 다수의 진이와 고내기들은 콧김을 팽 뿜으며 다른 곳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우리 집에 개가 없었을 땐 진이고 고내기고 들어와서 찌꺼기를 주워 먹거나 먹을 것을 먹고 가는 이 더러 있었는데 성깔 있는 개가 사는 동안에는 일절 볼 수가 없었다.  개가 죽고는 주방 창문 너머로 고양이를 구경하는 게 좋았는데 살찐이고 고내기고 짐승한텐 별 관심 없는 고향집 노인들 의견을 존중해야지 별 수 다. 방언 중에 경남 일부에서 앵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살찐이와 앵구라니 정말 귀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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