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따 Jul 10. 2024

붓질

하기 싫어서 할 때마다 뱃속이  답답해지던 작품은 미련 없이 집어치우고 이전부터 해보려고 마음먹은 작품을 끄집어냈다. 나는 채색을 싫어하고 잘하지 못한다. 대신 선 치는 거나 필력이 채색보다는 낫다. 그런 내 스스로를 위해 채색탱화보다는 홍탱화나 먹탱화가 낫다고 판단했다.

말 그대로 선만 보이는 빨간 그림 검은 그림이고, 채색이 없는 만큼 배경이 깔끔해야 되며 선도 깨끗해야 하는 작업인데 일단 주홍(빨강)을 아교로 맑게 타서 얇게 칠하고 말리고를 몇 번 반복하고 있다만, 막 그렇게 잘되고 있는 기분은 안 든다. 그래도 금(金) 선 작업할 생각 하니 설렌다. 물론 지금은 가금을 쓸 거다. 순금값 요새 어마어마할뿐더러 아직은 순금으로 할 필요가 없으니... 두어 번쯤 말아먹지 않을까 생각은 드는데 어쨌든 이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선생님한테 얘길 꺼내니 웃으시더니 사진을 보여주며 본인도 요즘 수월관음 홍탱화 하고 계시단다. 난 동진보살이다. 당분간은 신중들을 그려보려고 이것저것 자료를 준비했다. 동진보살이나 사천왕 같은 신중이 별로 내키질 않았는데 마침내 금제가 풀린 기분이 들어 그려볼까 한다.

작가의 이전글 괴양이는 끌어안고 있느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