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선생님과 뵙고 간만에 또 아이스라떼를 한잔씩 들이부으며 근황을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선생님이 노선생님께 나를 제자로 추천했는데 뭐시기 잘 안 됐다고 하시면서 노선생님은 내가 그림 한 지 얼마 안 된 신생회원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더라고 본인도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하셨다. 나는 17년도부터 불화를 시작했었는데 그때도 노선생님이 계시긴 했지만 그림선생님께 배웠기 때문에 직접 가르친 적이 없어 헷갈리신 모양이다. 임ㆍ출ㆍ육ㆍ코로나까지 지나면서 실제로 그림 한 햇수가 적고 그동안의 열성 제자들에 비해서 내 존재감 또한 미미하긴 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영감쟁이 내가 사다 나른 과자가 얼만데 여적 나를 낯선 사람 취급했다니~ 뭐 노인이 모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러려니 한다. 그림선생님은 실망하지 말고 2~3년 더 기다리라고 하시는데 실망이고 뭐고 그런 것을 가지는 것이 황송하다. 이미 그림반 분위기가 그렇게 소통이 원활한 편도 아니고 내가 야심이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것도 아니며 실력도 일천한 데다 요샌 컨디션이 계속 안 좋으니 자신감도 뚝 떨어져 그림도 잘 안 돼서 어쨌거나 연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마음을 낸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이 없어도 될 일은 되어나가니까 그렇게 알고 지낸다.
그림을 어째야 하나 요새 좀 답답했는데 그림선생님의 여러 가지 말씀과 노선생님이 나를 낯선 사람으로 알고 계시니 좀 더 편안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꼬는 게 아니라 몰라주는 게 차라리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