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조금 담가보았다.
시어머니가 하는 것 보고 양념을 무쳤다. 우리 엄마는 옛날 방식 그대로 조미료를 쓰지 않고 멸치젓도 직접 내려서 매우 진한 양념이지만 시어머니는 걍 시판 사서 미원도 좀 치고 가볍게 담그기 때문에 내가 담기에 더 적합할 듯했다. 마늘 생강 설탕 시판액젓 밀가루풀 고춧가루가 끝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두리번거리다가 모르는 척 나도 미원 좀 털어 넣었더니 감칠맛이 더 난다.
아무 생각 없이 촌에서 받아온 배추를 다듬다 큰코다칠 뻔했다. 직접 기른 채소는 농약 걱정은 없는 대신 이름 모를 유기농 벌레가 가끔 껴있어서 비명을 지르기 쉬운 구조다. 예전에 배춧잎 사이에 끼인 죽은 새끼뱀 트라우마 때문에 한동안 배추류를 받아오지 않았는데 방심했다. 어쨌든 해결하고 절이고 무쳐서 김치를 담갔다. 찹쌀풀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대수랴. 밀가루풀을 젓는데 옛날 고향집 할머니가 물김치를 좋아해서 만날 밀가루를 풀풀 흘리면서 밀가루풀 끓여대던 게 생각났다. 김치 까짓 거 사 먹으면 그만이지 하던 나도 결국은 밀가루풀을 젓고 있다. 10년쯤 뒤엔 베란다에 배추도 심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