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에 가고 싶어요.
요새같이 무더운 날에는 외갓집에 가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외할머니의 미제햄을 넣은 너구리라면을 먹고, 외할아버지의 지독하게 신나는 잠꼬대를 들으며 낡은 모기장 안에서 잠들고 싶다.
아,그렇지만 다시는 가지 못할 내 외갓집이여.
작년에 외할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외갓집은 깨끗하게 비어있다.
초가집 골격위에 그대로 슬레이트 지붕과 샤시를 올린 작고 작은 집.
외갓집은 우리집보다도 훨씬 더 촌이어서 촌에 살았던 나조차도 '촌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동네에 있었다.
지금은 동네 바로 코앞까지 거대한 공단이 들어와서 땅값은 훨씬 올랐다고 들었는데,
교통편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랬다.
가기도 불편하고 흔한 과자 점방 하나 없고 뭐 크게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도 방학마다 꼭꼭 갔다.
큰 재밋거리는 없었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 여러 잔상들은 외갓집이 초라하다거나 부족하다거나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한 적이 없다.
아,
그 외갓집은 이제 없다.
외할머니의 고봉밥도,짜디짠 된장찌개도.
박수치며 노래하던 외할아버지의 잠꼬대도.
한해에 송아지를 꼭 한번씩 낳아 종잣돈을 대주던 코가 비뚠 암소도, 빠질것 같이 깊었던 변소간도.
언제 있었냐는 듯이 세월에 묻혀서 사라지고 없는 외갓집아.
지금 한창 방학시즌이라 놀러다니기 바쁜 애들을 보니 나도 외갓집에 가고 싶어서 몇자 적는다. 워터파크가 다 무슨 소용인가.외갓집도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