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클럽 채팅방

오래전에

by 따따따

소위'벙개'로 만났던 정의언니.

얼굴 희고 호리호리했던 예쁜 정의언니는 서울식 매너가 몸에 배인 전라도에서 상경한 아가씨였다.

그때 언니는 삼십대였는데 지금의 나보다 두어살 아래의 연배였던거 같다.

'민들레 영토'에 처음 데려가 주었고,홍대 재즈바에서 처음 보는 K..KGB도 사주었다.
채팅상에서와는 달리 낯설음을 타는 내게 그저 어린것은 다 그렇지 하듯 아무렇지 않아했다.

크게 다정하진 않아도 적당히 싹싹했고 적당히 쿨했던 세련된 서울러. 채팅할때와 실제로 볼때의 싱크로율이 거의 일치했다.

언니와 동행한 같은 채팅모임의 수더분한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하나도 안난다. 그냥 재즈팀의 알지 못하는 잼공연에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던 듯.나중에 알고보니 그 밴드도 꽤나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촌것에게 막 도착한 지하철막차를 태워주려고 함께 뛰어주기까지 했다.

지금 같으면 꿈도 못 꿀 이야기이다.

요샌 워낙 이상한 사람들의 세상이다보니 채팅으로 만났다면 그냥 이상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갓 이천년대에는 채팅으로 진짜 친구나 연인도 되고 심지어 결혼도 하던 시대였다.

세이클럽이 유야무야 재미없어지고 싸이월드로 넘어가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정의언니와도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다.

15년 이상 지났으니 언니는 완연한 중년이겠다.

유기견을 키웠었는데 지금도 개를 좋아하려나.

쿨한 사람이었으니 어디선가 야무지게 불리고 식구 거느리고 잘 사실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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