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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수 Feb 09. 2020

지코바

추억의 맛.

‘지코바’는 아직도 제법 유명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이지만 우리에게는 어릴적의 추억이다. 그 중, 우리가 같이 경상남도 덕산이란 아주 구석진 시골의 작은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과, 낡았으나 정겹고 따뜻한 나무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가게 안에서 숯불향이 가득하고 조금은 과하게 매콤한 맛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그 치킨을 먹었던 기억은 아주 특별하다.


우리 집의 요즈음 테마는 ‘추억’인가보다. 한국이라는 곳이 특별히 그리운 것은 아니지만 어릴적 우리가 그 곳에서 쌓아온 소중한 기억,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음식은 그립다. 그런 음식은 이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기에 직접 만든다. 그 추억이 다시 떠올라 행복을 느낀다. 나의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다만,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음이 그립고, 한편 다행이고, 그렇기에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달콤하고 사랑스런 것이다.


십년 전 쯤 우리가 데이트를 때엔 이러한 호프 집에서 간단한 메뉴를 시키고 끝없이 맥주를 마셨다. 크래프트 비어는 꿈에도 없던 시절, 물 탄 오비 맥주, 그 시원한 맛만으로 그렇게 끝없이 들이켰더랬다. 어느 날 밤은 끝없는 이야기와 수다를 안주 삼아, 둘이서 자그마치 10,000ml, 10L의 맥주를 비워냈다. 표면장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사랑하는 만큼 붇느니, 넘치면 사랑을 어찌 흘리냐며 실망이라던지, 별 시덥잖은 것들로 깔깔거리며 지냈던 시절은 아직도 계속되어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며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둘이 같이 하는 일상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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