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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수 Mar 25. 2020

짬뽕 이야기

비 오는 날, 얼큰하고 진한 고기 국물

'나는 짜장. 나는 짬뽕! 나는 간짜장, 넌 뭐 먹을래?'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수십 번을 고민을 해 보아도 도저히 정하지 못하다가 우물쭈물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는 거의 항상 짜장면을 고르곤 했다. 달콤 짭짤한 춘장, 깊은 돼지고기 기름, 그리고 달달한 양파가 어우러진 짜장면의 맛있음은 언제나 보장되어 있었다. 어쩌다 면이 팅팅 불어 터져서 짜장면 덩이를 베어 먹게 되더라도 나는 짜장면이 정말 좋았다. 한편 짬뽕에 관해서 나는 일단 매운 것을 잘 못 먹고, 해산물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먹게 되는 것은 면과 양파 정도뿐이었다. 그럼에도 꼭, 매번, 또다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짬뽕의 그 화끈하고 매콤한 국물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내도 나도 미국에 머무르며 짬뽕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아내는 짬뽕을 먹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들어가야겠다고 누누이 이야기하였고, 실제로 그가 한국에 갈 때면 꼭 '차돌 짬뽕'을 먹고선 그렇게 맛있다고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다 최근 코스트코 양지 덩어리 끝에 붙은 차돌박이를 직접 썰어먹는 일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차돌 짬뽕을 만들어 먹겠노라고 선언하였다. 그 덕에 나는 거의 10년 만에 짬뽕을 먹게 되었다. 불향 가득한 얼큰함과 매콤함은 기본이고, 소기름의 진한 단맛, 그리고 해산물 대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차돌박이가 한껏 담긴 짬뽕을. 

흐린 날, 마음 깊은 곳까지 불을 지펴주는 얼큰한 짬뽕. 매끄러운 면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고기, 국물 한껏 머금은, 하지만 아삭함이 남아있는 청경채, 달콤한 양파, 향을 돋우는 파채.

온 주방이 매콤함과 열기로 가득하다.

사이드 메뉴로 달콤하고 고소하게 구워낸 배추전을 곁들였다. 짬뽕의 화끈함을 다독여 주었던 배추전.

짬뽕 국물 한 모금에 소주 작은 한 모금.

짬뽕 국물 한 모금에 맥주 한 잔.

짬뽕 국물 한 모금에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물 큰 한 모금.

면과 고기, 국물, 야채의 조합이 더 할 말이 없었다.


여전히 날씨는 흐렸지만, 우리는 뻘뻘 땀과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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