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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수 Jan 09. 2020

만두, 찐빵, 호빵, 라비, 올리 (2)

임보하는 이야기 15 - 2

열 다섯번째 임보 고양이.

태어난 날: 10/15/2019.

우리에게 찾아온 날

호빵, 찐빵, 만두: 10/31/2019.

라비 올리: 11/13/2019.


아내의 지극한 돌봄의 끝에, 호빵이는 정말 기적적으로 기력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간 아파서 잃어버린 몸무게와 먹지 못했던 설움 때문인지, 이 녀석은 놀라울 정도로 멋진 식탐을 보여주며 젖병을 빨았다. 신나게 먹고, 싸고, 자고, 조금씩 만두, 찐빵이와 함께 놀면서, 너무나 가엽게도 말라버렸던 호빵이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일주일 정도 세 녀석이 커 가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보호소 케이지에 남아 있는 남은 두 녀석의 생각이 너무나 많이 났다. 보호소에 속한 많은 봉사자들 중 젖먹이 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이들은 아무래도 적은 편이라 아직도 임보인들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이 즈음 되면 주로 아가 고양이들이 안정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다섯까지도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로, 혹은 바라기로 하며 나머지 둘도 결국엔 데려오게 되었다.


'만두', '찐빵', '호빵', 이 이름들은 모두 소가 든 몽실몽실하고 하얀 빵에서 따 왔다. 그것의 연속으로 라비올리를 떠올리며 이 둘을 '라비', '올리' 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다섯이 되었다.

왼쪽이 올리, 오른쪽이 라비. 라비의 조그마한 이빨들이 너무나 귀엽다.

동글동글한 라비.

곤히 자는 아마도 라비. 다섯 마리가 되니 개묘를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오늘날까지도 헷갈리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 헷갈림마저도 너무나 귀여운 것이다.

왼쪽이 올리, 오른쪽이 라비.


이 뽀송한 다섯 녀석들을 보면서,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는 아가 고양이 다섯, 우리 고양이들 둘과 함께 하는 신나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되돌아 보았을 때 그것은 큰 오산이었으나 어찌되었건 우리는우리는 이 다섯을 결국 다 같이 임보하게 되어서, 이들의 아픔과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서 너무나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라비, 올리, 호빵, 만두,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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