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백수 일 것인가.

일하고 싶어요!

by 비니비니캐럿캐럿

코로나로 해고된 지 거의 3달 차. Japanese restaurant이지만 한인이 운영하는 작은 초밥집에서 서버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부터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자동으로 집콕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돈에 맞춰서 완벽한 일자리나 집을 찾을 수 없듯이, 일하는 곳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지만 자잘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들 때문에 한국이랑 다를게 뭔가.. 금전적인 부분으로 급하게 일을 잡았지만 이럴 바엔 차라리 직원들도 영어만 쓰는 곳에서 일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몇 주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계속해서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었다. 구인공고는 꽤 많이 올라오는데 연락이 쉽사리 오지 않는다. 원래는 온라인으로도 한 번 보내고 직접 방문해서 resume(이력서)를 내는 게 인터뷰를 따내는 게 쉬운데, 코로나 때문에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방구석 클릭으로 열심히 지원중이다.

한 곳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어서 들뜬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는데, 다시 돌아온 답장은 2일 뒤였다. 그것도 원래 보냈던 내용 - 일주일 중 언제 일이 가능한지- 과는 다른 갑자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나를 고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resume 들고 다른 매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조금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법한 피자 체인점에 들렸다.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들어온다는 알람만 크게 울려서 깜짝 놀랐다. 데스크엔 아무도 없어서 "Hello..?"를 말하려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여직원 한 명이 툭 튀어나오길래 두 번 놀랐다. 이름과 신분을 밝히고 조심스레 혹시 사람 구하냐며 물어봤다. 그 직원은 "Oh no.. sorry"로 미안하단 말로 시작하더니 혹시 저 위쪽 다른 피자가게를 들러봤냐, 미안하다 지금 상황이 이래서 뽑을 수 없다며 오히려 되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렇게 말해주는 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피자가게를 시작으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다들 좋게 맞이해주면서 이력서를 발판으로 얼굴도장을 찍었다. 지금 당장 연락이 오지 않더라도 서서히 풀릴 때쯤엔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사실, 캐나다 정부에선 다양한 보조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정부에서 주는 학생 지원금,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금 등등.

하지만,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생 신분이나 캐네디언이 아니어서 자격이 안되고, 일자리를 잃었으나 자격조건에 맞는 일한 시간과 수입이 맞지 않아서 자격이 안된다. 자격이 안 되는 이유는 일을 일찍 시작한 것도 아닌 데다, 합법적으로 일주일에 20시간밖에 일할 수 없는 나는, 신청자격 조건중 하나인 작년 수입이 적어도 '5000달러'가 될 리가 만무하다.



정부의 이런 정책이 나왔을 때 나는 이제 어떻게 여기서 지내지.. 한국에 돌아가야 되나 황당해 있다가 답답함에 화도 나기도 했다. 불평만 많다가 문득 반대로 한번 생각해보니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에겐 나름 경제적인 대처를 잘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록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지만 하하. 이런 상황을 대비해 세금을 그렇게 많이 떼 가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곳에 머물며 꾸준히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아마도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라고 시간을 주시는 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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